정 사 월

비 때문에

때로는 안개 때문에

눈앞의 현재를 보지 못한다

두렵고 겁이 나는 순간들 지나고

드러내는 실제는

걱정보다 두려움보다

반가움이다

비 때문에

마음을 닫고 돌아서다

때로는 너 때문에 귀를 기울인다

두렵고 겁이 나는 순간들 지나고

남겨진 혼자라는 실제

침묵보다 고요보다

설레임을 깨닫는다

비나 안개 같은 장애물 때문에 실체를 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그것 때문에 실체적 진실 혹은 본질을 발견할 때도 있다는 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시인의 존재 인식의 틀을 발견한다. 대상에 대해 진심으로 다가가고 깊이 궁구하면 한 눈에 인식되는 것도,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속도 훤히 볼 수 있다는 시인의 역설에 깊이 동의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