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시금치·부추·방풍나물 등
한파 냉해로 생산량 30%나 ‘뚝’
코로나에 식당 수요 등 확 줄고
작년보다 난방비도 2배 삼중고

24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의 한 비닐하우스 부추가 최근 한파로 잎이 누렇게 변해 있다.

최근 대구 경북지역에 불어닥친 한파로 겨울 농작물 재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강추위로 인해 농작물이 냉해를 입어 생산량이 줄었다. 더욱이 난방비로 인해 생산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까지 겹쳐 농민들은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24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위치한 한 비닐하우스에서는 지역 대표 겨울 특산물인 시금치(포항초) 출하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농민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이번 달에 북극발 한파가 수 일째 몰아치면서, 작물이 얼어 죽는 등 냉해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포항초 1단(350∼400g)의 가격은 1천500∼2천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생산량은 작년과 비교하면 ⅓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조성득(67)씨는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코로나 때문에 대량 수요처인 식당에서 물건을 사주지 않아 시금치 한 단의 가격이 400원대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다”며 “음력설을 앞두고 겨우 시세를 회복하고 있었는데, 이번 추위가 1년 동안 자식처럼 키운 포항초를 모두 얼어 죽게 만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포항시에서 현장에 나와 농작물 피해에 대한 사실 조사를 하고 지원이나 보상에 대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방풍나물과 부추를 재배하는 농가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농민들은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12∼15℃의 따뜻한 물을 뿌리면서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신경 썼지만, 동장군의 심술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비닐하우스 바닥에는 파릇파릇해야 할 방풍나물과 부추들이 생기를 잃은 채 ‘추욱’ 늘어져 있다. 작물의 잎끝은 누렇게 변한 뒤 하얗게 말라 버렸다. 한 농민은 조금이라도 상품성이 있는 작물을 찾고자 이곳저곳을 살펴봤지만,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부추 한 단(400∼500g)당 가격은 1천500∼2천원, 방풍 한 상자(2㎏)의 가격은 8천∼1만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반면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난방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면서, 농가로 돌아가는 소득은 작년과 비교하면 절반밖에 안 된다.

방풍나물을 키우는 한 농민은 “비닐하우스 1개 동의 크기가 대략 200평 정도인데, 4개 동 모두 냉해를 입으면서 어림잡아 1천600만원 이상의 손해가 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2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해마다 한파로 고생해 왔지만, 올해처럼 피해가 큰 적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올해 방풍나물과 시금치·부추의 생산량은 모두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포항농협경제사업장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9일까지 남구 연일읍 일대에서 생산된 방풍나물·시금치·부추의 양은 모두 16만9천517㎏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4만4천27㎏) 보다 약 31% 감소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부추의 생산량은 올해 7만7천237㎏으로 지난해(11만4천628㎏) 보다 33%, 시금치는 7만981㎏ 지난해(10만1천695㎏) 보다 30%, 방풍나물은 2만1천299㎏으로 전년(2만7천704㎏) 보다 23%씩 각각 감소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