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만5천명 넘어 사상 최대치
예년 비해 가팔라진 상승세 뚜렷
제조업 위주 고용률 하락이 원인
저소득층 생계 안전망 붕괴 우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경북도내 기초생활수급자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포항시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2만5천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이후 노동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비경제활동 인구가 급증한 탓이다.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자칫 중산층 감소 및 저소득층 급증에 따른 사회안전망 붕괴마저 우려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17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포항에 2만5천247명(20%)으로 가장 많고 경주(1만1천396명), 경산(1만1천281명), 구미(1만927명)가 뒤를 이었다.

포항시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최근 들어 증가 폭이 커졌다. 지난해 수급자 수는 2018년(2만256명)보다 24.6% 증가했는데, 2014년 1만5천950명에서 2016년 1만8천477명으로 2천527명(15.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그동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해마다 소폭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증가폭이 평년과는 달리 대폭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포항시 북구의 죽도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기초생활수급 상담을 요청하는 민원이 지난 연말부터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대부분이 40∼50대 중·장년층인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긴급생계지원과 함께 여러 도움을 구하고자 센터를 찾아온다”고 말했다.

지역 내 신규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자신들을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 내몬 가장 큰 요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지목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포항시 고용률은 2019년 상반기 61.1%에서 2020년 상반기 57.3%로 3.8% 감소했다. 이는 도내 23개 시군 중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구미(5.4%), 경산(3.7%), 포항(3.5%)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실업자는 구미 1만2천명, 포항 9천명 순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심의 지역 산업 구조가 전염병 상황에서 취약점이 확연히 드러난 것으로 분석한다. 코로나 여파로 채용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지역에서는 특히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주요 수입원을 잃은 ‘가장’(家長)들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저소득 취약계층으로 내몰린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책과 함께 코로나19 취약 일자리 종사자를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이후 구직급여 신청자는 70만명이 넘었고 같은 기간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자는 39만명에 육박했다”며 “임시·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 감소가 커 경제활동이 한창 왕성할 중·장년층의 몰락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