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SNS에 사건 당사자인 양부모 얼굴·출신 등 모든 신상 공개
부모가 운영하는 교회·어린이집 등으로 항의성 방문·전화 줄 잇고
포항시에도 관련 어린이집 폐쇄 요구 민원 매일 10~20건씩 접수돼
출신大 졸업생 “자소서에 학교 밝히기 겁나” 낙인 찍힐까 전전긍긍

‘정인이 사건’으로 포항이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사건 당사자인 양부모의 얼굴과 실명, 나이, 출신까지 모든 신상이 널리 알려지면서부터다. 특히 양부모가 다녔던 대학은 물론이고, 양모의 부모가 포항에서 운영하는 교회와 어린이집 등으로 항의성 방문이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일요일인 10일 오전, ‘주일’이었음에도 양모의 부친이 재직하고 있는 포항 A교회에는 교인들의 인기척을 찾을 수 없었다. 출입문을 통해 들어간 건물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양모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1층 교회부설 어린이집과 2층·3층 예배당 역시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건물 안에서 만난 어린이집 관계자는 “오늘 예배는 없다. 여기 막 들어오시면 안된다. 혹시 녹음 같은 거 하고 계시냐”고 물은 뒤 바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건물 담벼락에는 16개월 난 정인이의 살아생전 사진과 함께 그간 양부모의 아동 학대 정황들이 낱낱이 적힌 피켓들이 게시돼 있었다. 교회 인근 주민들의 말을 빌리면, 언론 등을 통해 ‘정인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부터 건물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하루에 10여명 이상이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거나, 사람이 건물 내로 들어가는지 한참을 지켜보다가 가는 식이다. 이날 역시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한 시민이 교회 앞에서 오전 11시께부터 자신의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오전 한 때 누군가의 신고를 받아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한 차례 둘러본 뒤 철수했다.

교회 인근에서 만난 한 상인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언제부턴가 교회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잘 보지 못했다”면서 “지금 저 교회 때문에 동네 분위기가 아주 뒤숭숭하다”고 귀띔했다.

정인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진 이후, 포항시청에는 이와 관련해 매일 10∼20건의 민원이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집 폐쇄를 요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인이 양부모가 다녔던 대학교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 학교 졸업생 박모(26·여)씨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자소서에 대학이름을 쓰기가 많이 꺼려진다”면서 “모든 학생들이 정인이 양부모가 다녔던 학교 졸업생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솔직히 많이 무섭다”고 말했다.

이 대학교 한 교수는 자신의 SNS에 “저들 양부모 두 사람이 모두 우리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힘들게 한다”며 “이 대학에서 일하는 교수로서 모든 분들 앞에 저희들의 잘못을 참회한다”고 쓰기도 했다.

한편, 정인이의 양부모의 첫 재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이들은 16개월 된 입양아를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검찰이 최근 전문 부검의들에게 사망 원인 재감정을 의뢰함에 따라 살인 혐의가 추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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