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이노빌트 제품인 ㈜한국소재의 SP-CIP 강관철근망을 용접 가공하는 모습.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온 세상을 뒤덮은 특별한 한 해였다. 수개월 만에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내 철강산업도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 관련업체들이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발주량이 급감했고 설상가상으로 중국산 저가제품이 유입되면서 국내 철강사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코로나19 정국 속에서 국내 철강산업을 이끌고 있는 포스코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월드 톱 프리미엄(World Top Premium) 제품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초고장력 자동차강판인 ‘기가스틸(Giga Steel)’을 성공적으로 런칭한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강건재 ‘이노빌트(INNOVILT)’생산에 본격 나서며 판매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2017년 초고장력 자동차 강판
‘기가스틸’ 성공적 런칭 이어
프리미엄 강건재 ‘이노빌트’
본격 생산…판매 확대 돌입

총 4차례 브랜드위원회 통해
60社 102개 제품 ‘이노빌트’ 인증
고객사와 함께 동반성장 추구

자동차강판·가전강판 등에서
쌓아 온 프리미엄 기술력·노하우
건설자재시장 확대 고객가치 높여

□프리미엄 기술력과 노하우로 건설자재시장 진출

포스코는 판재류 중심 철강재 생산의 비중이 높아 철근, 형강이 주로 판매되는 건설업체들과의 거래가 활발한 편은 아니었다.

건설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강건재 제작사들과 협력을 시작한 포스코는 더 가볍고, 강하고, 아름답고, 경제적인 강건재를 속속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대부분이 B2B(Business to Business) 형태로 이뤄지다 보니, 포스코가 새로 개발한 제품을 최종 사용자인 고객들에게 직접 알리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국내 건설시장에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공간의 안전성, 친환경성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건설사나 시공사 같은 비즈니스 당사자 못지않게 고객의 생각도 자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국내 건설시장이 더 이상 완전한 B2B 구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객과도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B2B2C(Business to Business+Business to Customer)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전환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과 포스코는 지난 2019년 11월 프리미엄 건설자재 브랜드 이노빌트를 론칭했다.

그동안 자동차강판·가전강판 등에서 쌓아 온 프리미엄 기술력과 노하우를 건설자재시장으로 확대해 고객의 가치를 키우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노빌트는 혁신을 뜻하는 Innovation, 가치의 Value, 건설의 Built를 결합시킨 것으로, 포스코 프리미엄 스틸이 거듭해온 혁신으로 건설산업의 가치를 함께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슬로건은 ‘Built the next, Let’s INNOVILT’이며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는 미래기술(Hi-Tech), 독창성(Creativity), 친환경(Sustainability), 상생(Partnership)을 추구한다.

 

포스코 이노빌트 고객사인 의조산업 정병기(왼쪽) 사장과 포스코 이민석 차장이 포스코 고강도강으로 만든 ES700 시스템비계를 살펴보고 있다.
포스코 이노빌트 고객사인 의조산업 정병기(왼쪽) 사장과 포스코 이민석 차장이 포스코 고강도강으로 만든 ES700 시스템비계를 살펴보고 있다.

□66개사 102개 제품 인증완료

포스코 이노빌트의 높은 기술력은 EBS 크리에이터 ‘펭수’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데 처음으로 활용됐다.

포스코는 지난 2019년 12월 전 세대에 걸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EBS 크리에이터 ‘펭수’에게 철로 만든 집을 지어줬다.

펭수는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건너온 EBS 연습생으로 소품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포스코는 집 없이 소품실 구석에서 지내는 펭수를 위해 새 숙소를 지어주기로 하고, 포스코와 고객사가 함께 만드는 건설자재 브랜드 이노빌트를 적용해 약 한 달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펭숙소’를 완공했다.

이노빌트 제품인증 작업도 본격화됐다.

포스코는 지난 2019년 12월 제1차 이노빌트 브랜드위원회를 개최해 국내 17개사 23개 제품을 이노빌트 인증제품으로 선정하고 고객사와 브랜드 사용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제4차 이노빌트 브랜드위원회까지 총 66개사의 102개 제품이 이노빌트 인증 제품으로 등록됐다.

인증 제품에는 구조용 강건재부터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접하는 인테리어 자재까지 다양하게 포함됐고, 인증 제품 절반 이상이 포스코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상용화됐다.

제품 발굴뿐 아니라 선정된 제품이 시장에서 활발히 판매될 수 있도록 공동 마케팅과 홍보 활동에도 박차를 가했다.

‘고객과 함께하는 이노빌트 카운슬’을 개최해 얼라이언스사가 종합 건설사, 설계사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고 동시에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각종 MOU를 체결해 비즈니스 판로도 여러 군데 개척했다.

일반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활동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개관한 더샵갤러리에는 곳곳에 이노빌트 제품을 배치해서 방문객이 주택에 적용되는 프리미엄 강건재의 실제 모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 같은해 7월에는 대중을 대상으로 이노빌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홍보영상도 론칭했다.
 

포스코, ㈜제철산업 관계자가 이노빌트 제품인 포스맥(PosMAC) 저류조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제철산업 관계자가 이노빌트 제품인 포스맥(PosMAC) 저류조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포스코 제공

□고객사와 동반성장 추구

포스코 브랜드위원회의 철저한 심사를 통해 이노빌트 제품인증을 받은 고객사들은 인증 후 높아진 판매수요를 실감하고 있다.

포스코와 공동연구 끝에 이노빌트 SP-CIP강관철근망 상용화에 성공한 (주)한국소재는 지난해 6월부터 자동 용접 설비를 갖춰 본격 시장 공략에 나섰다.

철근망은 지반 공사용 자재로, 땅속에 타설해 지반의 붕괴와 성능 저하를 막는 기능을 한다.

이노빌트 강관철근망은 기존 철근을 포스코 고강도강으로 제작한 STG800 강관으로 대체한 제품이다. 무게가 기존 제품 대비 40% 낮아지고 공장에서 제작해오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이동과 설치가 아주 간편하다.

덕분에 건축 공기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후기가 업계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본격 영업을 한지 6개월 만에 폭발적인 주문을 받고 있다.

양철진 (주)한국소재 대표는 “보수적인 건설 시장을 신제품이 뚫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대기업이 품질을 보증한다는 브랜드를 가진다는 것은 기대이상의 영업효과가 있다”며 “업계에서 이노빌트라는 브랜드를 달고 검증을 마친 상황이니 업계에서 영향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소재와 포스코의 합동 작전이 빛을 발해, GS건설의 대구 용산동 주상복합사업 현장에 제품이 적용되었고 이외에도 대형 건설사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소재는 내년 강관철근망의 판매량 1만 t, 매출액 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조산업의 이노빌트 ES700 초경량 시스템비계는 포스코 PosH690으로 만든 초경량 강관 UL700으로 제작한다.

의조산업은 초경량 시스템비계를 판매 혹은 임대하는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설치 시공사와 협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그들과 거래를 하는 단계를 넘어, 의조산업의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설치 시공사 육성의 길을 모색 중이다.

정병기 의조산업 사장은 “자재 제작사, 설치사가 서로 물건을 주고받기만 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협력해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더 좋은 설치 시공 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며 “이렇게 창출된 부가적인 시너지는 작업자와 최종 사용자들의 이익이 되고 건설 산업 밸류 체인이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7일까지 건축시장을 선도할 이노빌트 제품 모집을 진행한 포스코는 올 1분기 내로 제5차 브랜드선정위원회를 거쳐 제품 추가인증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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