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대화방
시끄러운 대화방
  • 등록일 2020.11.29 19:48
  • 게재일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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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수필가
윤영대
수필가

대화방은 말 그대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담스러운 공간이다. 예전엔 집에도 사랑방이 있었지만 아파트 문화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지금 가족이나 친구들이 오붓이 모여 얘기를 즐길 수 있는 친숙한 공간은 사라졌다.

마을엔 다방이 있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며 또 음악을 즐기며 도란도란 애인이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곳인데 그나마 카페, 커피숍이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이 씨끌벅적 웃음을 날리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유럽의 대화방 역사는 고대 그리스 ‘아고라’와 로마 시대의 목욕탕 겸 휴식공간이 있던 ‘큐비쿨룸’이라고 할 수 있지만 16세기 프랑스로 시집온 메디치 가문의 캐더린 왕비가 이탈리아 귀족저택의 응접실이었던 ‘살로네’를 소개했고, 그 후 랑부이에 후작부인이 귀족들을 초대하며 처음으로 열었던 살롱(salon)이 인기를 얻었다. 주로 정치인, 예술인들이 초대된 대화와 토론의 사교 공간이었고 주인은 여성으로 살로니에르라 했다. 친절과 예의 그리고 정직을 규범으로 했으며, 문학의 보금자리였고 혁명과 근대화 사상을 태동시켰다고 한다.

이러한 풍물이 우리에게 전해지면서 다방, 바, 카페 등으로 번져나갔고 급기야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는 21세기 살롱이라 할 수 있는 카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 보이지 않는 SNS 대화방이 우리의 일상 속에 넓게 자리하고 있는 현실이다. 모이지 않고도 여럿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서로의 표정을 살피지 않고도 아이콘으로 말뜻을 짐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손안에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보면 거의 모두가 휴대폰에 머리를 박고 무언가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며 혼자 히죽 웃기도 한다. 소리 없는 대화다.

비대면 대화인 ‘채팅’이라는 수단이 우리의 인간관계를 더 가깝게 하고있는 것일까? 단체 대화방인 ‘단톡방’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와 단독으로 하는 것으로 잘못 듣기도 했었다. 이제 나의 휴대폰에도 많은 단톡방이 생겼다. 물론 내가 만든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초대돼 들어간 곳이다. 가족이나 형제들, 그리고 절친 몇 명과의 채팅은 참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좋은 시간이다. 그런데 수십 명 심지어는 수백 명이 들어와 있는 거대한 대화방에서는 다 읽을 수도 없고 또 일일이 대답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귀찮아서 나가면 또 불러들이기 때문에 그냥 두어버린다. 새벽에 카톡거리는 소리에 깨곤 했지만 이제는 그 소리는 막아뒀다. 또 정신없이 카톡을 하다 보면 다른 방에 들어가 엉뚱한 실수도 하게 된다. 남의 험담이나 비밀스러운 내용들이 순식간에 알려지게 되는데 지워버려도 상대방의 화면에는 남아있을 테니 난감하리라.

아침에 눈 뜨면 폰부터 찾는 게 버릇이다. 그리고 카톡이라는 노란 단추를 누르고 열어보면 수십 개의 방에서 빨간 숫자가 뜬다. 어떤 곳은 열 개가 넘는 대화가 왔다고 치근댄다. 열어보면 반가운 인사말과 짧은 얘기들, 예쁜 사진도 있지만 쓸모없는 정치 이야기랑 사회문제를 막무가내기로 퍼나르고 듣기 싫은 어휘로 두들겨 보낸 것들도 많아 소리 없는 아우성에 정신이 시끄럽다.

복잡한 현대생활과 인간관계 속에서 슬기로운 모바일 라이프를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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