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김해신공항 절차상 흠결·확장성 한계” 사실상 백지화
“내년 4월 보선 겨냥” 비판 이어 영남권 지역갈등 또 다시 수면 위
대구시민추진단 “국책사업 손바닥 뒤집듯… 가덕도 현실화 분노”

김해공항 확장안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지난 2016년 밀양과 가덕도 등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싸고 대구와 경북, 부산·울산·경남 등이 벌였던 대립이 볼썽사나운 결과를 맞게 됐다.

<관련기사 2, 3면>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김해공항을 확장해 이용하는 방안(김해신공항 건설 기본계획)의 지속적인 추진이 어렵다고 발표했다. 검증위는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분야 등 검증 결과 지속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수산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위원장은 “김해신공항안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안전성 문제와 함께 ‘공항 시설 확장을 위해선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정, 김해신공항안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가 활주로 신설을 위해 공항 인근의 산을 깎는 문제를 두고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은 점을 절차상 흠결로 판단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토부와 부·울·경은 검증위원회 출범에 앞서 검증 결과를 따르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해 주셨다”며 “검증 결과에 아쉬운 마음을 가지시는 분들도 일부 있을 수 있을 것이나 검증위가 지난해 12월부터 치열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내린 결과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최대한 존중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안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시사하면서, ‘사장됐던 지역 갈등을 정치 문제를 위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의 선심성 국책 사업이 고개를 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동남권 관문공항의 입지는 지난 2016년 6월 국토교통부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에 용역을 맡겨 검토한 끝에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추가 건설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용역에만 수십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하지만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들이 김해공항 확장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논란에 다시 불붙었다. 여기에 지난 4월 총선과 내년 4월 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가덕도 공항 건설을 언급하며 기름을 부었다.

이에 대해,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은 이날 ‘국책사업을 뒤엎는 선례가 우려되고, 무책임한 정치권의 행태에 분노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여러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돼 온 ‘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주장이 현실화되는 출발이 아닌가 생각돼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런 국책사업을 일부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것이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대한민국 정부란 말인가”라며 “예상은 했지만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 정부는 국책사업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선례를 만들게 됐다”면서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바뀔 때 마다 정해진 국책사업이 바뀐다면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이며 그에 따른 피해는 모두 우리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도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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