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초청강연회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 성료
경북도·경주시 주최-경북매일신문 주관
코로나 방역 준수·사전 예약 250여 각계 인사·시민들 성황
때론 진지하게· 때론 웃으며 천년고도 신라 아름다움 만끽
유 전 청장 황남대총박물관 건립 제안 “관광객 발길 이어질 것”

지난달 31일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초청강연회에서 유 전 청장이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에 대해 명강연을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지난달 31일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초청강연회에서 유 전 청장이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에 대해 명강연을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세간의 풍문은 과장이 아니었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이 주관한 유홍준(명지대 석좌교수) 전 문화재청장 초청강연회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에 참석한 청중들은 때로는 진지하게, 가끔은 소리 내 웃으며 유 교수의 강연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지난달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 3층 강연장은 시작 전부터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지키며 소독과 사전 신청 여부 확인을 마친 250여 명의 청중들은 부푼 기대감으로 강연을 기다렸다.

주낙영 경주시장과 서호대 경주시의회 의장, 경주박물관대학 이광오 회장이 자리를 함께 했고, 경북도의회 의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최윤채 경북매일신문 대표는 축사를 통해 “빛나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 속으로 우리를 안내해줄 유홍준 교수께 감사드린다”고 했고, 주낙영 시장과 서호대 의장 역시 “최근 실내에서 진행된 행사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오신 것 같다. 경주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하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식전 행사 이후 진행된 강연회에서 유 교수는 다양한 사진 자료를 이용해 알기 쉽게 천년왕국 신라의 빛나는 유적과 유물을 소개했다. 문화재청장으로 일하던 시절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중간중간 더해졌다.

“경주시민은 매일 보니까 감흥이 덜하지만, 외국인들은 신라 왕릉을 보면 너나없이 깜짝 놀란다. 왕릉은 경주의 상징”이라고 말한 유 교수는 “천마총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수만 점의 유물은 경주를 넘어 우리나라의 자랑”이라고 했다. 더불어 ‘황남대총박물관’의 건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경주박물관의 외연을 넓혀줄 황남대총박물관이 생긴다면 더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질 게 분명하다”는 것이 유 교수의 견해.

신라가 실크로드의 출발점 혹은, 종점이라고 말하는 유홍준 교수는 “이제는 국제적 표준에 맞춰 경주의 유물들을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연이 있던 날 아침에도 진평왕릉 왕버들을 보러 갔다는 유 교수의 경주 사랑은 그 역사가 깊다.

이미 30년 전부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집필을 위해 경주를 찾았던 그는 월지와 포석정에서 발견되는 ‘유의미한 신라의 놀이문화’, 6~7세기경 만들어진 금동반가사유상, 인공적 조형미의 절정이라 평가받는 석굴암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1990년대 초반 경주 답사여행에서 유 교수가 겪은 일은 청중들의 폭소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탑을 찾아가는 산길. 젊은 날의 유 교수가 콩밭에서 일하는 할머니에게 “저리로 가면 탑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단다. “이자뿌고 쭉 가소(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계속 가보면 있어요).”

한국 신문에선 짤막한 기사로 취급된 내남면 노곡리 석불입상(경주 남산의 쓰러진 불상) 발견 소식을 오히려 프랑스의 유력지 ‘르 몽드(Le Monde)’가 1면 기사로 쓴 것을 말하면서는 “문화유산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가 그 나라의 민도를 보여준다”는 따끔한 충고도 전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참석자들은 “경주에 대한 사랑을 앞으로도 놓지 않겠다”는 유홍준 교수의 마지막 인사에 박수를 보냈고, 30~40명의 팬들은 유 교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강연이 진행되는 내내 그랬듯 사인을 해주면서도 유 교수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초청강연회 사회자의 말처럼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선물 받은 자리’ 였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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