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의 여성건강칼럼 자궁선근증과 자궁내막증

얼마 전 낯빛이 어두운 40대 중반 여성이 진료실에 들어왔습니다. 월경통과 만성골반통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워낙 고통이 심하다 보니 생리기간이 두려워 사는 게 고통스러울 지경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월경이 시작되면 허리 통증까지 더해진다고 했습니다. 진찰을 해보니, 자궁이 많이 커져 있었고 압통도 심해 자궁선근증과 자궁천골인대 심부자궁내막증으로 진단했습니다.

환자는 복강경수술로 자궁선근증 절제술과 후복막의 자궁천골인대 제거술 및 후복막제거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한 달이 지나고 다시 만난 그의 표정은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통증이 사라진 환자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이처럼 월경통과 만성골반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여성이 의외로 많습니다. 자궁선근증이나 자궁내막증은 지독한 통증을 동반해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만성골반통을 호소하는 젊은 여성 중에는 불임인 경우도 많습니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내막의 세포와 조직이 마치 암세포처럼 자궁내막 외의 다른 장기로 퍼져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더라도 생리는 계속되기 때문에 주변 조직의 유착과 함께 통증을 유발합니다. 주로 난소와 자궁 후벽, 직장질중격, 자궁천골인대에서 흔히 발생하는데 드물게는 코 점막으로 전이돼 생리할 때 코피를 흘리는 경우가 있으며, 때로는 흉막에 전이돼 폐기흉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자궁내막증에서 분비된 생리혈에는 식균 작용과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백혈구가 풍부해 주변의 연약한 조직을 파괴하거나 유착을 유발하며, 해부학적 구조의 뒤틀림에 의한 통증과 염증반응에 의한 통증이 겹치기도 합니다. 자궁과 직장, 난소, 난관, 복막 등이 심하게 유착되어 딱딱한 덩어리가 되기도 합니다. 조직을 뚫고 들어간 자궁내막증의 생리혈이 배출되지 못하면 생리통은 더욱 심해집니다.

자궁내막세포가 자궁근육층을 파고들어가 생리할 때마다 자궁근육에 생리혈이 고여 염증반응을 일으키면 자궁선근증이 됩니다. 자궁 후벽의 천골인대와 직장과질 중격 등에 자궁내막증이 뚫고 들어가 생리를 일으키고, 이로 인한 심한 염증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면서 단단한 덩어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 덩어리가 천골인대로 지나가는 신경을 자극해 다양한 형태의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를 심부자궁내막증이라고 합니다. 자궁내막증이 있는 환자에게 자궁선근증이 동반되는 경우는 매우 흔한 편에 속합니다.

박영복 산부인과 교수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박영복 산부인과 교수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자궁선근증이나 자궁내막증, 심부자궁내막증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 통증이 심합니다. 주로 골반통, 요통, 엉치가 아픈 증상, 하복부 통증, 다리가 당기거나 저린 증상, 심한 성교통, 골반이 빠질듯한 증상 등이 나타납니다. 통증의 양상도 처음에는 생리기간에만 있다가 심해지면 생리가 끝나고도 지속되며, 나중에는 생리와 상관없이 통증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자궁내막증 초기에는 호르몬 약이나 루프 등으로 증상 악화를 막고 통증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러한 치료가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때는 복강경 수술을 통해 자궁선근증병변을 잘라내는 절제술이나 골반 복막에 흩어져 뿌리내린 자궁내막증 조직을 모두 걷어내야 통증이 사라집니다. 마치 암 수술처럼 조심스럽고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통증 없는 삶을 간절히 원하는 환자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치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