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 례

한겨울 속에 여름, 한여름 속에 겨울

한 뿌리 속에 꽃과 잎

(….)

활짝 핀 다음에야 나도 진다

지기 위해 만개했었다

목적도 없는 왕

네 안의 눈보라 속에서

쉬었다가 다시 피어나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고

첩첩의 꽃이라 하는 순간

끝, 종을 치는구나

꽃이 피는 것은 지기 위해서 만개하는 것이라는 시인의 말에는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본다. 첩첩의 꽃이라고 하는 순간 이미 끝이고 종을 친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상만사가 아니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이런 운명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시인의 생을 관조하는 깊은 시안을 느낄 수 있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