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첫 명절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이다. 신종 감염병 출몰로 일상 풍경이 달라진 데 이어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풍습마저 코로나19가 바꿔놓았다. 해마다 추석이면 일가친지들과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둘러앉았지만, 올해는 가족끼리도 가급적 만나지 말고 최대한 집에 머무르며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명절을 보내야만 한다.

정부는 이번 추석을 가을철 코로나19 유행이냐 진정이냐를 결정할 분수령으로 본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최근 코로나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명절은 집에 머물러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추석 명절과 개천절 연휴 이후에 코로나19가 재차 확산하지 않도록 전국 단위의 이동을 줄이고, 고령의 부모님이나 친지 등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추석 연휴동안 이동 자제가 권고되면서 올해는 대부분의 가정이 ‘집콕 추석’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포항뿐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매일같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어 집집마다 이번 추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다. 명절 연휴 동안 집에만 있으면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 생활패턴이 무너지기 쉽고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이 생길까 봐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집콕 명절이라고 평소와 달리 행동하기보단 오히려 ‘평소처럼’ 생활할 것을 권한다.
 

떡·튀김 등 기름지고 고열량 음식들
소화불량 주의… 규칙적 식사로 예방
당뇨 환자는 식단으로 혈당 관리 ‘꼭’

TV·스마트폰 보며 장시간 엎드리면
척추에 무리… 목·어깨 스트레칭하고
하루 15분 햇볕 쬐며 비타민D 섭취를

□ 명절에도 평소처럼 식단 유지해야

연휴기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음식 유혹에 빠지기 쉽다. 여기다 주로 기름에 볶거나 튀겨서 만드는 명절 음식은 소리부터 냄새까지 오감을 자극한다.

평소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꾸준히 건강을 관리했더라도 명절에는 생활패턴이 망가지기 쉽다. 기름지고 열량이 높은 명절 음식을 먹고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이들도 급격히 늘어난다. 명절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평소 실천하던 대로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당뇨를 앓고 있다면 명절 음식이 혈당 조절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과식을 피해야 한다.

당뇨를 치료하는 데 있어 식사는 약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절에도 현명하게 식단을 조절하려면 작은 그릇이나 접시에 음식을 덜어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 떡이나 튀김, 한과처럼 탄수화물과 당류 함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당뇨 환자는 한 번 망가진 생체 리듬을 원래대로 회복하는 데 정상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당류 섭취와 질병 발생의 상관성을 비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공식품으로부터 당류를 하루 열량의 10% 이상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은 41%, 비만 39%, 고혈압은 66% 높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총 섭취 열량의 10% 이내로 낮출 것을 권고한다.

하루에 총 2천㎉를 섭취하는 성인의 경우 200㎉를 당으로 섭취하면 된다. 이를 환산하면 50g 정도인데 주스 한두 병만 마셔도 권고량을 훌쩍 넘는다.

실제 당뇨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환자들이 혈당 관리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식사요법만으로도 약의 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건강한 추석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는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유무와 상관없이 음식을 적당히 규칙적으로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만 해도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제시간에 적절한 양의 영양분을 섭취해야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연휴에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활동량은 줄어드는 반면 명절 음식은 열량이 높아 체중 증가를 주의해야 한다”며 “음식을 먹을 때 개인 접시에 조금씩 덜어 먹고, 식사 시간은 20∼30분 정도로 천천히 씹어 먹으면 포만감을 느껴 과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누워서 스마트폰만? 척추와 위장 부담↑

집에만 있다가 보면 여간 좀이 쑤시는 게 아니다.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면서 자연스레 엎드리거나 누운 자세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엎드린 자세는 엉덩이와 등뼈를 위로 솟게 해 척추에 부담을 준다. 너무 오래 누워있는 것 또한 척추에 부담을 줘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에스포항병원 신경외과 권흠대 병원장은 “긴 연휴에 TV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엎드리거나 누운 채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있다 보면 목과 어깨가 뻣뻣해지므로 자주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면서 “엎드리는 것보단 바로 누운 자세가 나은 데 이때 옆으로 눕는 게 더 편하다면 무릎 사이에 베개나 쿠션을 끼워 척추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식사 후에는 바로 눕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음식물이 위에서 소장으로 이동하기까지 2시간 정도가 걸린다. 밥을 먹고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대로 눕게 되면, 위산을 포함해 음식물이 식도를 타고 거꾸로 올라와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한다. 과식이나 과음 또한 위산 분비를 증가시켜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이 된다. 식사 후에 바로 눕는 것도 좋지 않지만, 반대로 격렬한 운동이나 움직임도 소화를 방해한다. 설거지나 집안일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30분 정도 서서 움직이거나 가벼운 산책 정도가 알맞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분위기이지만 의료계는 햇볕을 자주 쬐지 못하면 뼈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바깥 활동 자제가 한편으론 ‘햇볕 비타민’(sunshine vitamin)이라 불리는 비타민D의 결핍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10∼15분 정도만 햇볕을 쬐어도 몸에 필요한 비타민D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데 요즘에는 이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타민D 결핍 환자는 심지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 환자는 2019년 기준 15만9천424명으로 2015년(4만9천852명)과 비교해 3.2배 증가했다. 비타민D는 뼈와 관절 골밀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영양소로, 부족하면 골다공증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나타난다. 중년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급격하게 골밀도가 줄어들면서 골다공증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진다. 실제로 지난해 비타민D 결핍 환자 중에 여성이 12만5천610명에 달해 남성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포항시 북구보건소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방역과 함께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섬세하게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감염병 확산으로 외출이 어려운 시기에는 집안에서 제자리 걷기를 하면 활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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