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맞서며’

글항아리 펴냄·메리 비어드 지음
인문·2만9천원

로마 시대의 조각인 라오콘 군상. 트로이 사제 라오콘이 뱀에게 목이 졸려 죽는 모습이다. /글항아리 제공

고대 그리스 로마는 매혹의 원천이다. 당대 최고의 역사가, 문필가, 사회과학자, 소설가들이 고대 그리스 로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중에서도 고전학자 메리 비어드는 그리스 로마 연구자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독창성이 돋보이는 인물로 꼽히는 거장이다. 그녀의 최근작 ‘고전에 맞서며’(글항아리)가 번역 출간됐다.

비어드는 광대한 그리스 로마사를 거장의 솜씨로 종횡무진한다.

책은 마치 고대 그리스 로마 세계를 둘러보는, 가이드 딸린 여행기 같다. 크레타섬의 크노소스에 있는 선사시대 궁전부터 아스테릭스와 친구들이 로마에 맞서 싸우는 갈리아 지방에 있는 가상의 작은 마을까지 31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둘러본다.

그리스·로마 연구의 뛰어난 연구자이자 BBC 다큐멘터리 진행자로서 고전의 대중화에 앞서고 있는 비어드는 영미권에서 출간된 고대 그리스 로마 관련 도서 중 31가지 주제에 맞는 책을 뽑아 서평하면서 독자들을 본격적인 여행에 가담시킨다.

먼저 고대 역사에서 더없이 유명하거나 악명 높은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여류 시인 사포, 알렉산드로스 대왕, 한니발, 율리우스 카이사르, 클레오파트라, 칼리굴라, 네로, 부디카, 타키투스 등이다. 다른 한편 무명의 평민들도 역사 전면에 나선다. 노예, 말단 병사, 광활한 로마 제국의 군사 점령 아래 생활했던 수많은 백성….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웃었을까? 이빨은 잘 닦았을까? 결혼생활에 불만이 있거나 경제적 파산에 내몰렸을 때 누구를 찾아가 절박한 마음을 드러내고 도와달라고 매달렸을까?

 

이 책은 고대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강렬했던 시기, 온갖 신분과 직업에 속한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룬다. 나아가 현대 학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논쟁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로마인들은 왜 그렇게 많은 노예들을 해방시켰을까부터 로마 지배하의 브리타니아는, 혹은 불굴의 용사 아스테릭스가 살던 갈리아 마을은 대체 어디까지 ‘로마화’됐을까? 현대의 시선으로 보면 항상 새로운 질문이 생길 뿐 아니라 과거의 해답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되고, 때로는 새로운 해답들을 찾아낼 방법이 보인다.

여기서 비어드의 주장은 간단하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 대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 로마 고전학의 미래는 밝다. 열정과 재치를 발휘해 논쟁을 벌이며, 조사하고 맞서야 할 흥미로운 질문과 문제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현재의 우리 자신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줄까를 이 책은 묻고 있다.

고전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일종의 대화에 참여한다는 의미다. 이는 고대의 문헌과 유적처럼 물리적 유산과의 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에 앞서 수백 년 동안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온 사람들,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말을 전하고 인용하면서 재창조 작업을 해온 사람들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 책은 과거 여러 세대의 고전학자와 고고학자, 여행가, 예술가, 골동품 전문가 등의 목소리를 비중 있게 들려주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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