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창 기

신음소리가 고집 저음처럼 방안에 가득하다

아버지의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 다리야

병명 없이 앓는 소리, 대대로 이어온 소리

밤이 되면 몸은

후유증의 타래가 서서히 풀리는 걸까

생의 절벽에서

병에 가락을 붙인다며 사막에서도

물을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아주 가족적이어서 장단이 잘 맞는 무병신음

몸에 병이 돋는 시간, 마지막 전의 노래일 뿐

이건 마지막 노래가 아닐 것이다

그 뿌리 깊은 통증을 쓰다듬어 가면

내 몸의 어느 부위가 저려온다

다음 세대에게 얼렁뚱땅 배 앓는 소리 낸다

먼차우전증후군은 병을 가장하거나 자초해 남의 동정을 사려는 허언증이다. 시인은 고향집 아버지의 앓는 소리를 들으며 그 소리 속에 든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쓸쓸함이랄까 외로움이 깊이 베여 있는 그 신음 소리는 인간 존재의 저 밑바닥에서 새어나오는 고립과 소외에서 벗어나려는 절절한 소리고 몸짓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뜨거운 눈시울로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