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중호우 단시간에 ‘왕창’
울진 작년 시간당 ‘104.5㎜’ 등
도내 폭우 피해 갈수록 위협적
국내 하수관거 50㎜ 감당 설계
지자체 양수기 동원 등 역부족
재해 반복 막을 근본대책 시급

단기간에 집중되는 폭우가 대한민국 전 지역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눈 깜짝할 새에 불어나며 차마 손 쓸 새도 없이 인적·물적 피해를 발생시키는 물난리가 곳곳에서 발생하자 좀 더 강화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들은 기본적인 배수시설의 성능향상과 함께 대형양수기를 준비하는 등 피해예방 대책에 골몰하고 있으나 한시성에 그쳐 항구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폭우(暴雨) 양상을 보이는 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아열대기후에 들어선 한반도에 여름철마다 언제든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국적으로 봐도 이러한 폭우는 큰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최대 600㎜ 넘는 폭우가 쏟아졌는데, 특히 시간당 90.8㎜의 강한 비로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달 23일 부산에 시간당 86mm의 비가 내렸다. 이날 폭우로 부산 동구 초량동 지하차도에 물이 차올라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포항을 비롯한 경북동해안은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태풍이 동반하는 폭우 피해 위험이 높은 곳이다. 대구·경북에서도 지난 7일부터 9일 오전 5시까지 사흘 동안 대구 서구 중리동에 317.5㎜의 집중호우가 내리는 등, 한 번 시작된 비가 200∼300㎜는 거뜬히 뿌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경북지역은 태풍 ‘미탁’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유독 컸다. 전국적으로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으나 경북에서만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또한 경북은 태풍이 내습한 10월 1일부터 3일까지 평균 185.1㎜의 비가 내렸고 특히 울진 556.2㎜, 영덕 382.5㎜, 포항 322.3㎜ 등 동해안에 많은 비가 집중됐다. 울진의 경우 시간당 104.5㎜를 기록해 1971년 이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

특히 영덕군은 동해안 지자체 중에서도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 2018년 태풍 ‘콩레이’ 여파로 2명이 숨지고 141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으며, 2019년에는 태풍 ‘미탁’의 상륙으로 4명이 목숨을 잃고 298억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등 영덕 주민들은 태풍이란 말만 들어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포항도 저지대를 중심으로 상습적인 침수가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태풍 ‘미탁’ 당시 포항 시내지역에는 319.6mm의 비가 내렸고, 최대 시우량도 59.4mm를 기록했다. 이에 장성시장과 두호시장 등 저지대 지역을 중심으로 상가 117건, 주택 4동, 차량 14대의 침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빗물 저류시설 하수관거는 시간당 50㎜ 정도의 강수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포항시는 집중호우에 대비한 상습 침수난 해결하기 위해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하수도 정비공사, 펌프 신설 등을 통해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예산부족 등으로 임시대책에 그치고 있다. 포항시는 제5호 태풍 북상에 따른 저지대 침수 응급상황을 대비해 대형양수기 5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이마저도 벅찰 경우 양수기 대여 업체에서 추가로 임차해 투입할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저지대 현장을 비롯해 빗물펌프장 등에 인력을 투입하는 등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에 대비하고 있지만,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리면 무척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는 게릴라성 폭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상습침수지역을 중심으로 하수관거 및 배수펌프장 용량을 대폭 크게 늘리는 등 근본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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