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고영준 후반 교체 투입
골망 흔들며 동점골 터트려
데뷔골로 승점 1점 챙기고
K리그 1천800번째 골 대기록

김기동 감독의 신기(神氣)에 가까운 용병술이 포항스틸러스를 살렸다. 포항은 신예 고영준의 데뷔골로 승점 1점을 챙김과 동시에 포항의 K리그 통산 1천800번째 골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지난 8일 오후 7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 광주FC의 경기는 양 팀이 1점씩 주고받으며 1-1로 비겼다. 상대전적 11승 5무로 포항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기상상황이 양팀의 희비를 갈랐다. 공간패스가 장기인 포항은 이날 내린 장대비로 경기장 가득 물이 차면서 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펠리페와 엄원상 등 개인 기량 중심인 광주에게는 오히려 이날 악천후가 호재로 다가왔다.

직전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팔라시오스는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김기동 감독은 최전방 일류첸코에 팔로세비치를 후방에 두고 좌·우 측면 공격수로 송민규와 이광혁을 투입했다. 빠른 발로 양 측면을 압박하려고 했던 김 감독의 전략은 그러나 전반 초반 어긋났다. 전반 17분 이광혁이 예상치 못하게 부상을 입으면서 심동운이 이광혁 대신 투입됐다.

경기는 원정팀인 광주의 일방적인 공세였다. 펠리페와 윌리안, 엄원상의 위협적인 움직임은 오히려 우천 속에서 더 잘 발휘됐다. 광주의 공격편대는 번번이 포항의 골문 앞까지 공격을 전개하면서 위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포항 공격수들은 경기장 곳곳에 고인 물웅덩이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좌측면과 중앙을 뚫으려고 했던 포항은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전반전을 끝냈다.

선취점은 광주의 몫이었다. 후반 14분 포항 페널티 라인 안에서 공을 걷어내려던 김광석에게 펠리페가 달려들면서 충돌, 주심이 반칙을 선언하면서 페널티킥을 내주게 됐다. 포항 수문장 강현무가 키커로 나선 펠리페의 공 궤적을 읽고 몸을 날렸지만 손을 비껴가면서 골로 기록됐다. 경기는 0-1이 됐다.

1점 뒤진 상황에서 김기동 감독은 남은 두 번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먼저 후반 24분 박재우를 빼고 전민광을 투입한 데 이어 후반 38분 오닐 대신 2001년생인 고영준을 경기장에 내보냈다.

고영준의 투입으로 포항의 공격은 전환점을 맞았다. 중원에서 고영준의 활발한 움직임이 포항 공격의 새로운 중심축이 됐다. 2선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았던 일류첸코가 고영준의 투입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우측 날개인 심동운 역시 중원이 아닌 측면에서의 쇄도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결국, 포항이 만회골을 만들어냈다. 우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가 일류첸코의 머리에 맞고 광주 골문 앞쪽으로 전달됐고, 고영준이 수비수들 사이로 뛰어들어가면서 가볍게 슛, 골망을 흔들었다. 추가시간까지 더이상 골이 나오지 않으면서 포항과 광주는 사이좋게 1점씩 기록하면서 경기를 끝마쳤다.

데뷔골의 주인공인 고영준은 경기 후 “지난 인천전에서 데뷔를 하긴 했지만 스틸야드에 팬분들께서 찾아주신 오늘 경기에서 뛴게 진짜 데뷔전을 치른 기분”이라면서 “공격수로서 팬분들 앞에서 공격적인 모습 보여드리고 포인트도 기록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기동 감독은 “폭우가 쏟아지면서 우리의 장점을 살리기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필드에 물이 고이면서 패스웍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진단하면서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공격하면서 동점골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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