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포항본부 지역경제조사
지역 거주자 역외소비율 56.2%
세종·인천시 이어 높게 나타나
최근 3년↑… 코로나로 더 심각
온라인 소비 확산 가속화 대응
지역 복합문화시설 건립 절실

포항, 경주를 비롯한 경북 동해안 지역의 순역외소비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역외소비 규모가 크다는 것은 지역민들이 타지역에서 소비하는 금액은 많은데 지역 업체들이 벌어들이는 금액은 적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지난 4일 공개한 2020년 3호 지역경제조사연구 보고서 ‘최근 경북 동해안 지역 순역외소비 확대 요인 및 시사점(유태경 조사역)’에 따르면, 2019년 경북 동해안 지역 거주자의 역외소비율은 56.2%로 세종(74.5%), 인천(61.6%)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포항본부는 이번 조사를 위해 가계의 대표적인 결제수단인 신용카드 데이터에 기초해 경북 동해안 지역의 최근 가계소비를 분석했다.

지역 거주자의 역외소비는 유통업체 본사가 대부분 위치한 서울(36.0%)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대구(3.1%), 부산(3.1%), 울산(1.5%) 등 주변 광역시로의 유출이 많았다.

반면, 경북 지역을 제외한 타지역 거주자가 경북 동해안 지역 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역내소비 유입률은 지난해 기준 25.8%로 경북전체(29.3%)와 전국 평균(30.3%)을 모두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역내소비 유입의 지역별 비중은 울산(4.2%)이 가장 높았고 경기(4.0%), 대구(3.8%), 서울(3.2%), 부산(2.9%) 순이었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유입되는 소비 비중은 8.0%로 지난 2017년(7.7%) 이후 점차 확대되는 반면 부산, 울산, 대구 등 주변 광역시에서 유입되는 비중은 지난해 10.9%로, 지난 2017년 11.6%에 비해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 내 소비유입과 지역 외 소비유출 격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벌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경북 동해안 지역 거주자의 역외소비율은 코로나로 인해 역외 이동반경이 줄어들었음에도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한 58.3%를 기록했다. 이는 온라인소비 확산으로 인한 수도권으로 소비 쏠림현상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경북 동해안 지역 가맹점 기준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전년동기대비 15.5% 감소하며 소비 쏠림현상이 심각했음을 방증했다. 내소비 유입률도 인구이동 제약 등으로 지역관광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전년동기대비 4.8%p 감소한 20.6%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역내소비 유입률과 역외소비율 간 격차는 지난해 30.4%p에서 코로나19 확산기간(2020년 2∼4월) 37.7% 수준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한은 포항본부는 역내소비 유입률과 역외소비율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지역 내 대형 복합문화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 포항본부는 “최근 온라인소비 확산이 가속화되며 오프라인 쇼핑몰의 방문 유인이 점차 약화됨에 따라 유통업은 음식점, 카페, 영화관 등 여러 업종이 함께 위치한 복합문화시설로 변모하고 있는데 경북 동해안 지역에는 이러한 시설이 전무해 역내소비 유입을 증대시킬만한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복합문화시설 부재는 경주, 울릉 등 타 지자체에 비해 관광자원이 풍부함에도 역내소비 유입이 적은 경북 동해안 지역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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