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동 화
화병에 꽂힌 채 이글이글
화경(火鏡)처럼 세상을 내다보던 눈
하늘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하나의 달과 열한 개의 별이 되어
제각각 빛의 바람개비로
잠든 세상을 밤새 내려다보던 그 눈,
떠나기 꼭 3개월 전에 남겼다는
그의 수칙한 자화상을 보면
벌써 그 불길 고스란히 다 가라앉아
희미한 갈색 눈썹 아래
더없이 차갑고 맑은 두 눈동자만이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한 채 빛나고 있다
마치도 닿아야 할 저편 강 언덕을
지그시 건너다보듯 그런 쓸쓸함,
그런 결연함으로
화가 빈센트 반고흐의 ‘자화상‘이라는 그림에서 흐릿하고 불분명한 듯하게 그려진 그의 눈을 시인은 뜨겁고 강렬한 고흐의 정신을 읽어내고 있다. 한 때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한 고흐의 일생은 파란만장했다.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그의 눈에서 시인은 사랑에 대한 신뢰와 세상의 허위와 폭력과 부정에 대한 저항의 정신세계가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읽어내는 시인의 깊은 시안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