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가 발표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경찰의 역할과 권한을 크게 늘리는 내용의 권력기관 개편안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장치가 전혀 없고, 검찰과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권력을 소화할 능력이 의심된다는 점이 지적된다. ‘정보 경찰’ 기능과 수사 개시 및 종결권까지 갖게 되는 ‘공룡 경찰’ 조직의 등장으로 역사 속 ‘경찰국가’의 폐해가 재연될 우려마저 일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경찰은 명실공히 수사·정보·보안업무를 총망라하는 ‘공룡조직’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단일 규모의 최대 조직(약 12만 명)인 거대 경찰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이 으뜸 걱정거리다. 경찰청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정치인이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는 구조 속에서 과거의 ‘정치경찰’의 재등장으로 ‘정치적 중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은 무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야당 후보가 공천을 받은 날 압수수색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이 오히려 여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경찰조직을 슈퍼 권력기관으로 키우려는 의도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전제군주 아래에서 국민이 신음하던 ‘경찰국가’ 그림자마저 어른거린다.

‘중립성’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역량 부족이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경찰의 부실수사 건수는 총 6만3천300건이고, 이 중 경찰의 부실수사를 검찰이 다시 수사해 유·무죄를 바로잡은 것이 무려 73.9%인 4만6천800건이나 됐다.

우리는 무소불위의 사법 권력을 큰 조직이 거머쥘수록 국민의 삶이 피폐해진다는 경험을 충분히 갖고 있다. 검찰이 수족처럼 안 움직인다고 권한을 빼앗아 경찰에게 돌리는 일이 국가 미래에 무슨 도움이 되나. 안 그래도 ‘거리의 판사’라고 불리는 경찰이 조만간 ‘거리의 제왕’으로 등장해 퇴행 정치의 첨병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정치적 중립성 담보와 신뢰할 만한 역량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이런 개편은 절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