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실물 증강현실 복원
몽골 침략 때 소실 후 782년 만
금당·목탑 등 순차적으로 추진

신라 최대 사찰 황룡사가 1238년 몽골군의 침략으로 불타 사라진 이후 782년 만에 되살아 났다. 불타 터만 남아있는 신라 최대의 왕실 사찰 황룡사가 증강현실(AR) 디지털 기술로 부활했다.

경주시와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2일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황룡사 일부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디지털로 복원한 가상의 황룡사를 공개했다.

국내에서 실물이 사라진 문화재를 디지털 기술로 복원, 구현한 것은 지난해 5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서울시가 함께 복원했던 서울 서대문(돈의문)이 첫 사례였다. 하지만, 건물 구성 부재를 하나하나 복원해 세부를 자세히 표현하고, 내부에 들어가 살피며 체험할 수 있도록 실제 건축물 크기로, 정확한 위치를 고증하며 증강현실로 복원한 것은 황룡사 터가 처음이라고 국립문화재연구소 쪽은 밝혔다.

이번에 복원한 부분은 황룡사의 건축물 중 가장 크고 화려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 시기의 중문과 남회랑이다. 황룡사는 남문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차례로 자리하고 있는데 중문 양쪽에 남회랑이 이어져 있다.

복원한 중문의 크기는 가로 26.4m, 세로 12.6m이고 남회랑의 길이는 중문을 포함해 272.5m이다. 복원된 중문은 2층 규모의 우진각(건물 네 면에 처마가 있는 집) 형태의 건물과 책을 엎어놓은 1층 규모의 맞배지붕 형태 등 두 가지로 구현됐다. 남회랑도 중문의 형태에 맞춰 두 가지로 만들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과거의 일반적인 기존 디지털 복원물은 복원 건축물 앞에 사람이 있어도 건축물 뒤로 보이는 등 원근감이 무시됐지만, 이번 복원은 체험자와 건축물의 거리를 계산해 원근감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에 더 현실감 있다. 실감나는 증강현실 복원을 위해 시간에 따른 그림자를 계산하고 재질을 다양화해 건물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체험하는 것처럼 실제감을 최대한 살려 황룡사를 실제로 거니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는 추후 황룡사지 방문객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24년까지 황룡사 금당을, 이후에는 강당과 목탑을 디지털로 복원할 계획이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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