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이어 의회까지 나서
철거 막기 법적대응 준비하지만
“매각된 이제서야 대응 나서나”
시민들 비난 목소리 커져

포항시의회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기 철거 작업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시에 이어 포항시의회까지 ‘시추기 지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추기는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되고 있다. 다만, 시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16일 포항시의회 지진피해대책특별위원회(이하 지진특위)는 간담회를 갖고 시추기 매입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지진특위 소속 의원들은 법적 부분까지 검토, 철거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시작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쪽으로 대화를 나눴다. 소송 주체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인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보다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이 맡는 게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포항지열발전 시추기 본체와 머드펌프 등 시추장비 소유권을 지닌 신한캐피탈은 지난 2월 13일 인도네시아 업체에 160만 달러(한화 약 19억2천만원)에 시추기를 매각했다. 현재 시추기 철거와 관련한 사전작업이 준비 중이며, 내달 초부터 실제 철거작업이 진행돼 한 달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포항시는 지난 14일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에 시추기 등 촉발지진과 관련된 증거자료에 대한 확보를 요청했다. 진상조사위는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포항지진특별법)’에 의거해 관련 자료와 물건 등을 보관토록 할 수 있다.

여론은 비난 일색이다. 강력한 조치들이 충분히 일찍 이뤄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 시추기가 매각된 이후에서야 급하게 관련 대응을 진행한 것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사후약방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강훈 포항시의원(포항지열발전 부지안전성검토 태스크포스 위원)은 “지난해부터 포항시에 계속해서 시추기를 보존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는데, 중앙정부도 그렇고 포항시도 그렇고 의지만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포항시는 주체가 모호하다거나 예산 등을 거론하면서 똑같은 이야기만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 의원은 “시추기는 법적으로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촉발지진의 상징적인 물건”이라면서 “시추기를 보존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포항시와 이강덕 포항시장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