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마다 코로나 ‘찬바람’
규제는 늘고 축제 줄줄이 취소
방문자들도 잠시 머무는 추세
경북 동해안 대부분 개점휴업
최근 비까지 잦아 “생계 막막”

지난 7월 1일을 시작으로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이 잇따라 개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지역 상인들의 걱정은 커져만 가고 있다. 굳은 날씨에다 코로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각종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피서객 유치를 위해 열리는 여름 축제행사마저 모두 취소돼 동해안 해수욕장의 여름 피서철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피서철 특수를 준비해 온 해수욕장 상가 번영회를 비롯한 입주 상인들은 파산지경에 내몰렸다며 생계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경북에서는 포항시 6개 해수욕장이 지난 1일 가장 먼저 개장했다. 이어 10일 경주지역 4곳과 울진지역 7곳의 해수욕장이 문을 열었으며, 오는 17일에는 영덕지역에서 7곳의 해수욕장이 개장한다.

이런 가운데 15일 기준 9일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경북이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자, 해수욕장 개장이 오히려 불안감만 가중시킨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코로나19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 이를 기우(杞憂)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동해안 해수욕장은 발열 검사 후 손목에 안심밴드를 착용하지 않으면 화장실, 샤워장, 파라솔, 튜브 등 다중편의시설 이용이 금지되며, 방문객이 많이 몰리는 영덕 고래불해수욕장의 경우 야간 백사장에서의 음주나 취식 행위 자체가 막혔다.

사람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해수욕장을 기반으로 진행하던 축제들 역시 연달아 취소됐다. 경북 동해안 피서지의 중심인 포항에서는 월포 후릿그물체험, 화진 조개잡이체험, 영일대 황금물고기체험, 구룡포 오징어맨손잡기체험 등의 해수욕장 기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울릉군에서도 울릉도오징어축제와 해변가요제, 회당문화제를 취소했다. 영덕군은 대진해수욕장에서 개최 예정이던 제6회 영덕 썸머&뮤직페스티벌을 취소했다.

날씨 도움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 1일 가장 먼저 개장한 포항의 경우 해수욕장 개장일로부터 15일 현재까지 비가 내린 일수가 9일에 달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포항뿐 아니라 경북 동해안 대부분 지역이 동일한 상태며, 앞으로의 전망도 좋지 않다. 16일 중부지방은 서해상에서 다가오는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점차 맑아지며 낮 최고기온이 30℃ 안팎까지 올라 약간 덥겠지만, 동해상 저기압을 따라 동풍이 불어드는 동해안은 25℃ 안팎으로 선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각종 부정적인 요인이 입수객이나 장기간 체류객은 줄어들게 했지만, 해수욕장을 방문객 수 전체를 줄어들게 한 것은 아니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에서 지난 1일 개장한 6개 해수욕장의 방문객은 지난 12일 기준 누계 1만8천444명으로, 전년 개장일 기준 동일 누계와 비교하면 오히려 14%가 증가했다. 시는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함을 느낀 시민들이 해수욕장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국외여행이 막히며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방문객 증가는 단순히 잠깐 바다를 구경하다 가는 인원들이 늘어난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해수욕장 자체가 코로나19 상황에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라는 인식이 강해지며 장기간 머물고 즐기는 곳이 아닌 한나절 잠시 방문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룡포해수욕장 한 상인은 “주말 기간 해수욕장 인근에 차들은 많이 몰리는데 막상 백사장에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며 “숙박보다는 차를 타고 잠시 구경하다가 떠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듯 방문객들이 잠깐 머물다 가며 여름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자 지역 상인들은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해수욕장 개장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보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이라는 불안감이 주는 부정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룡포상가번영회 권영태 회장은 “드라마 동백꽃 촬영지이자 과메기나 대게로 참 많은 방문객이 왔는데, 코로나19가 터져 불안한 상황에 해수욕장이 문을 열어 걱정이 많다”며 “물론 상인들 입장에서는 단기간 매출 증가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해수욕장을 개장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