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엄마와 나.

나에게 2012년 봄은 특별했다. 보물 하나 내어주고 보물 두개를 얻은 슬프고도 기쁜 봄이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비를 좋아했다.

나비로 다시 태어나 하늘을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던 엄마의 말이 나비를 좋아하게 만든 듯하다.나의 엄마는 곧 태어날 첫 손주를 고대하며 힘을 내 보겠노라고 암과의 힘든 싸움에서 8개월을 버티고 버텼지만 결국 칠흙같은 어두운 밤 우리의 곁을 조용히 떠나버리셨다. 그 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루도 당신을 잊지 않겠노라 매일 당신을 기억하겠노라 약속했더랬다.

2020년 봄, 지금의 난 세 아이의 엄마, 내조 잘하는 아내로 평범하고도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라’라는 당연한 말의 뜻을 그때는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아니 이게 왠일인가? 엄마와의 행복했던 추억들만 기억날 줄 알았는데 왜 투정부리고 화내고 짜증부렸던 일들만 기억이 나는지…. 엄마의 웃던 얼굴을 떠올리고 싶은데 늘 힘들어하던 엄마의 얼굴만 기억나는지…. 어딘가 여전히 남아있는 엄마 사랑속에 나의 부족함이 뒤섞인 탓일터. 이제 그 기억마저도 조금씩 조금씩 잃어가니 정말 안타깝다.

오늘 아침 막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등원길에 신이나 앞서가던 아이가 길가 주인 모를 화분의 꽃을 보더니 뒤돌아와 갑자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거기엔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앉아있었고, 아마도 나비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꼬맹이가 급하게 찾은 깜짝 선물인 듯했다. 아이는 뿌듯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고 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엄지척을 날려주고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꽃 위에 날개를 세우고 있는 하얀 나비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오늘 더욱 그대가 보고싶네요….’

/포항시 북구 삼호로 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