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새 안보라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른바 서·지·영 라인이라고 불리는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 내정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3인의 색깔은 하나같이 대북 유화론자들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꽉 막힌 한반도 평화 프로젝트를 진전시켜갈 극적 반전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는 희망과 진정성 없는 북한의 비핵화 이벤트에 계속 놀아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맞물린다.

서훈 내정자는 2018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뒤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홍보해왔다. 박지원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북 채널 역할을 했었고, 이인영 후보자는 586 운동권 출신으로 ‘민족자주’를 줄곧 외쳐온 인사다. 그러나 이들 3인의 이력과 성향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협상에서 활용하기에 따라서 커다란 장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기해야 할 대목은 상황을 낙관한 나머지 저들의 전술 전략을 깊숙이 읽지 못하고 되치기를 당할 염려가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진보 정권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애초부터 비핵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특성을 간과하면서부터 꼬였다. 복기해 보면, 김대중 대통령에서부터 비핵화 의지라곤 없는 북한과의 이벤트성 만남, 일방적 퍼주기 등을 통해 ‘보여주기식’ 관계 개선에 매달려 온 게 사실이다. 물론 남북이 자주, 폭넓게 만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북끼리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타령은 ‘한미동맹 파괴’와 ‘주한미군 철수’의 기만적 구호다.

안보라인이 앞장서서 ‘북한 비핵화’를 맹신하면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실책은 이제 안 된다. ‘핵 폐기’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선택할 개연성이 없는 신기루다. 저들은 ‘핵보유국’ 지위를 바탕으로 강국의 길을 모색하는 유일한 전략에 수십 년 꽁꽁 갇혀 있다. 정부가 허점투성이 ‘햇볕 정책’의 미련에 빠져 결정적 실패를 저지르지 않도록 온 국민의 투철한 감시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