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년이 넘도록 통일을 노래했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이 수차례 회담을 하고, 정상들이 만나고, 공동선언문을 내놓기도 하지만 그것은 결국 김일성일족의 세습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사기극에 놀아난 것에 불과했다. 햇빛정책이니 남북교류니 하는 것도 세습독재를 연장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돈과 시간을 대준 것이 전부였다.

통일이 우리 민족의 숙원인 까닭은 천만 이산가족의 해원이 그 첫째요, 압제와 기아에 허덕이는 북녘 동포들의 해방이 그 둘째고, 민족이 하나로 뭉쳐 더 부강한 나라를 세우는 것이 그 셋째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너무나도 절실한 것이 통일에 대한 염원일진대 도대체 무엇이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어느 정권이 통일을 원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통일에는 딱 두 가지 방법밖엔 없다. 남북이 합의를 하거나 한 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이란 말은 같지만 그 내용은 남북이 정반대다. 북쪽은 어디까지나 적화통일이고 남쪽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통일이다. 그러니 합의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고, 남은 하나는 흡수통일인데 국력으로 보나 뭐로 보나 남한이 북한에 흡수된다는 건 가당한 일이 아니다. 그런즉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방법밖엔 없는데, 그것은 곧 북한의 세습체제의 종식을 전제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치고 북한의 세습체제가 존속하는 한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모를 수가 없을 터인데, 지금 한국 정부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남북이 이념적 노선을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통일을 위해서 분단의 간극을 좁히는 길이라는 생각인 것 같다. 일단은 남한이 사회주의 체제로 가야 한다는 속셈인데, 얼핏 들으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남한의 경제가 망해서 북한과 비슷한 수준이 되게 하려는 것이나 다를 게 없는 수작이다.

며칠 전 북한의 김여정이 대북전단을 날린 탈북인 단체와 남한 정부에 대고 온갖 쌍욕과 공갈 협박을 해댔다. 그렇게 발악을 하는 것은 대북전단이 그만큼 김정은 세습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얘기다. 외부에서 무력으로 북쪽 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을 거라면 민중들의 봉기나 김정은의 조기사망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밖에서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로 계속해서 숨통을 조이고, 전단 살포 등으로 내부의 봉기를 유도하는 줄탁동기가 가장 유력한 통일의 방안임에 틀림이 없다. 꾸준하고 대대적인 전단 살포야 말로 김정은의 명줄을 단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통일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누구보다 북한 주민들의 사정을 잘 아는 탈북인들이 온갖 위협과 박해에도 목숨을 내놓고 북녘을 향해 전단지를 날리는 까닭이다.

김여정의 공갈협박에 안절부절못하는 이 정부의 꼴이 참으로 가관이다. 세습독재의 주술에 걸려있는 북한 주민을 깨우는 대북전단을 백해무익이라고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들이야말로 이념의 망상에 사로잡혀 통일에 역행하고 민족에 반역하는 백해무익한 자들이다. 머지않아 역사의 심판을 받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