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지원과 공짜문화
예술지원과 공짜문화
  • 등록일 2020.06.01 20:12
  • 게재일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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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사태’가 기존의 가치체계를 많은 부분 뒤집어 놓았다.

이 사태는 전 인류를 혼란에 빠트렸고, 경제를 불황의 늪으로 떠밀어 세계적인 부자들은 몇 조, 몇 십조의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가난한 예술가 주제에 그들을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고, 예술인들에게 닥친 불황이 매우 걱정스럽다. 특히 대면활동을 주로 하거나 대중이 모여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장르에 코로나는 치명상을 입혔다. 무대를 만들 수도 없고, 장을 열어도 사람이 없고, 함부로 사람을 부를 수도 없어 내상이 깊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인류의 삶에서 문화예술은 대단히 중요하다. 예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예술가를 우대해야 되고, 창작활동이 삶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예술활동의 대가를 주장하면 순수성을 의심받는다. 예술의 지고한 정신세계와 물질이라는 현실세계의 서로 상반된 요소가 빚어내는 이중주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메디치 가문의 후원아래 불후의 명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미켈란젤로의 경우에서 보듯이 훌륭한 예술적 성과를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 성과는 도시나 국가의 미래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스위스 연방의 바젤은 포항과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은 도시다.

세계적 제약산업의 중심이기도 한 바젤에 투자한 유명 제약회사가 포항에 투자를 고민하면서 “포항과 바젤은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포항에는 아트가 없다.”라 했다.

포항을 세세히 다 알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행히 최근에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예술인 고용보험이 법제화되는 등 예술인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정비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예술인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보조금의 정산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고용보험은 수급조건이 문제다.

진짜로 춥고 배고픈 예술인들은 제대로 고용된 적이 없으니 고용보험의 실업급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공공예산의 지원이 행사를 만드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만, 지원받는 공연은 유료화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공짜문화를 양산하는 공공예산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예술문화의 진정한 발전은 입장권 한 장의 대가를 기꺼이 지출할 줄 아는 문화시민의 호주머니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설가 신아연 선생이 매일 아침 공짜로 보내오는 칼럼의 일부다.

“제가 대가 없이 글을 쓸 때는 비영리 단체 등 공익성이 있는 곳이거나, 아니면 살림이 매우 어려워 도저히 원고료를 지급할 수 없는 곳에 한한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습니다. 전자는 살면서 사회에 진 빚을 갚는 의미에서, 후자는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눈다는 뜻에서입니다. 글쟁이로서 돈을 먼저 생각하고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정신노동이나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해 몰염치한 우리 사회가 걱정스럽고 더러는 분노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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