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출범 예정인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입법 당시에 쏟아졌던 우려대로 ‘집권 세력의 흉기’로 전락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집권 여당 정치인들이 잇달아 내놓는 발언을 종합하면 그들은 공수처를 자기들이 독점한 무소불위의 칼처럼 여기고 있음이 역력하다. 공수처장과 대통령 사이에 ‘격벽’을 제대로 치고 전횡을 차단할 장치들을 단단히 만들지 않는 한 공수처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파괴할 괴물 사법기관이 될 확률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공수처의 원래 뜻은 검찰 통제 수단이 아니라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공수처 1호 사건에 관해 “검찰이 권력과 유착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거나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축소 수사를 한 사건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관의 특정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한 언급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4·15 총선 전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를 겨냥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던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인 최강욱 의원이 이번엔 한명숙 재조사와 관련해서 또 공수처를 들먹거렸다. 최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조사를 압박하면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이 공수처가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설치는 지난 1996년 참여연대의 첫 입법 청원 이후 공직사회의 혁신을 견인해낼 강력한 제도로 인식돼왔다. 공수처가 수사 대상의 구체적 비리나 불법 행위를 다루는 일이 문제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여당과 그 주변 인사들이 의혹과 정황만으로 누군가를 콕 집어 겨냥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선의를 갖지 않은 집권자가 악용한다면 공수처는 언제든 ‘권력자의 사냥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의 핵심이다.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던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 소용돌이 속에서 진정성의 바닥을 스스로 드러냈다.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마저 3년째 임명하지 않고 있는 이 정권의 양심을 어떻게 믿을까 그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