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공수처의 원래 뜻은 검찰 통제 수단이 아니라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공수처 1호 사건에 관해 “검찰이 권력과 유착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거나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축소 수사를 한 사건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관의 특정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한 언급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4·15 총선 전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를 겨냥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던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인 최강욱 의원이 이번엔 한명숙 재조사와 관련해서 또 공수처를 들먹거렸다. 최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조사를 압박하면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이 공수처가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설치는 지난 1996년 참여연대의 첫 입법 청원 이후 공직사회의 혁신을 견인해낼 강력한 제도로 인식돼왔다. 공수처가 수사 대상의 구체적 비리나 불법 행위를 다루는 일이 문제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여당과 그 주변 인사들이 의혹과 정황만으로 누군가를 콕 집어 겨냥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선의를 갖지 않은 집권자가 악용한다면 공수처는 언제든 ‘권력자의 사냥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의 핵심이다.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던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 소용돌이 속에서 진정성의 바닥을 스스로 드러냈다.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마저 3년째 임명하지 않고 있는 이 정권의 양심을 어떻게 믿을까 그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