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거장’ 중단편 대표작 전집 출간
황석영 중단편전집 3 ‘만각 스님’

황석영 지음·문학동네 펴냄
소설집·1만5천500원

황석영 작가. /문학동네 제공

‘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거장’소설가 황석영(77)의 중단편 대표작 전집(문학동네)이 새롭게 출간됐다.

전집은 모두 5권으로 구성됐는데 처음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중단편전집의 체재와 표기 등을 가다듬고, 장정을 새롭게 하고, 신작 ‘만각 스님’까지 포함해 완전한 중단편전집으로 개비했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중편 ‘객지’와 ‘한씨연대기’는 온전한 주목을 요하는 작품인 만큼 각각 독립된 단행본으로 엮었다.

이로써 19세의 나이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등단작 ‘입석 부근’(1962)부터 가장 최근에 발표한 28년 만의 단편소설 ‘만각 스님’(2016)까지 황석영 문학의 50여 년을 결정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황석영의 중단편들은 당대 현실에서 체화한 치열한 리얼리즘 미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들로서 한국문학사의 획을 그은 걸작으로 손꼽힌다.

발표순으로 묶인 중단편전집의 1권 ‘탑’에는 고등학생 때 발표해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은 ‘입석 부근’을 비롯해 표제작‘탑’ ‘돌아온 사람’ ‘낙타누깔’ 등 전쟁과 인간, 당대 사회의 병리를 날카롭게 묘파한 작품들이 실렸다.

2권 ‘삼포 가는 길’은 ‘삼포 가는 길’ ‘돼지꿈’ 등 소외된 이들 사이의 애틋한 연민과 연대를 빼어나게 형상화한 대표 명편들을 비롯해 ‘섬섬옥수’와 ‘장사의 꿈’ 등 당대 남녀의 욕망을 깊이 성찰한 작품들이 함께 묶였다.

 

3권 ‘만각 스님’에는 잘 알려진 또다른 대표작 ‘몰개월의 새’ 등과 함께 1980년대의 ‘일기초’ 연작과 그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는 최근작 ‘만각 스님’이 실려 작가와 함께 시대의 흐름을 곱씹게 한다. 1983년 소설가인 ‘나’가 잠시 거처한 암자에서 만난 ‘만각 스님’의 사연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만각 스님’은 역사의 고난과 곡절 속에서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를 반복할지언정 ‘누구에게나 일상을 견디는 일이 쉽고도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잔잔한 깨달음을 안기는, ‘역시나 맑고 깊은’(문학평론가 신형철) 작품이다.

이와 더불어 각각 단행본으로 선보이는 ‘객지’와 ‘한씨연대기’는 두말할 것 없는 작가의 대표 걸작들이다. ‘객지’는 1960년대 후반 바닷가 간척공사 현장을 배경으로 저임금과 부당한 처우에 시달리던 떠돌이 노동자들이 쟁의를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쟁의의 현장을 최초로 형상화해 1970, 80년대 노동소설의 선구로 평가받는 소설이다.

또한 ‘한씨연대기’는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북쪽과 남쪽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양심적인 한 피난민 의사의 비극적인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끝나지 않은 분단체제가 낳은 인간의 비극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대표작 ‘객지’와는 또다른 차원에서 ‘근대소설의 협소한 틀을 넘어서고자 하는 고투’(문학평론가 신수정)이자 ‘포괄적 인간 진실의 힘’(문학평론가 정홍수)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황석영은 1943년 만주 장춘에서 출생해 등단작 ‘입석부근’을 비롯해 대하소설 ‘장길산’과 장편소설 ‘손님’ ‘오래된 정원’ ‘무기의 그늘’ 등 50여 년 작품활동을 통해 한국사회의 변화 속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모순들에 끈질기게 주목해왔다. 20세기 전체의 한국적 상황과 사람살이를 통찰할 수 있는 체험의 넓이와 인식의 깊이를 지닌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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