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에 부담금 대납시킨 사찰, 뒷돈 챙겼나
건설업체에 부담금 대납시킨 사찰, 뒷돈 챙겼나
  • 손병현기자
  • 등록일 2020.05.05 20:19
  • 게재일 2020.0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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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문화템플관 조성·방재시스템 구축 등 관련 압수수색 나서
자부담 수억 원 시공업체에 떠넘긴 정황 포착 자금 흐름 등 조사

경찰이 경북의 모 조계종 본사(本寺)의 전(前) 주지 스님이 건설 업체에 수억 원의 자부담을 대납시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5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경북도와 자치단체 및 A사찰에서 추진한 문화템플관 조성과 전통사찰방재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한 자금의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국민권익위위원회를 통해 접수된 공익제보로 시작됐다. 공익제보는 당시 A사찰의 주지였던 B스님이 이들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찰에서 부담해야 할 자부담을 시공업체에 대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B스님과 당시 부주지였던 C스님, D총무스님을 비롯해 시공업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아울러 해당 사찰과 건설업체 사무실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경찰 조사에서 B스님을 비롯해 관계자 전원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문제가 된 사업은 도비와 지방비 30억원,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보조금 15억원, 사찰 자부담 4억5천만원 등 총 49억5천만 원이 투입됐다. 이 사업 추진으로 지난 2014년 11월 문을 연 문화템플관은 연면적 1천606㎡의 2개 건물로 이뤄져 있다.

경찰은 이 사업 추진에 있어 사찰에서 부담해야 할 자부담 4억5천만원 등을 시공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일각에선 앞서 이 사업에 입찰로 선정된 원청에 소개해 줄 아랫도급업체(하청)를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보자 김모씨는 “당시 사찰 관계자였던 스님이 지역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에게 자부담을 비롯해 리베이트를 요구했지만, 너무 무리한 요구여서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역의 다른 업체가 하청을 받았지만, 그 업체는 결국 선급금 일부를 받은 뒤 부도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경찰은 2016년 진행됐던 전통사찰방재시스템 구축사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사행 행위·강력범죄전담부가 지난해 말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계종 전통사찰 방재 예측시스템 구축 사업 담당 업체 2곳 대표 2명을 재판에 넘긴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A사찰내 지능형 통합관제시스템과 전기화재예측시스템 등을 조성하는데 총 5억250만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A사찰이 총 사업비의 20%인 1억50만원을 자부담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역시 시공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보고 자금의 흐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사업비가 정당하게 쓰였는지 자금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관련자 조사가 거의 완료됨에 따라 조만간 피혐의자가 특정될 경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7년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로 전 주지와 전 종무실장 등이 구속기소돼 주지가 징역 3년을 선고받는 등 지역 소규모 사찰 10여 곳에서 보조금 횡령 등이 적발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보조금 횡령수법을 전국 검찰에 알리고 비리첩보나 제보가 입수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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