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한 우리들의 자화상”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한 우리들의 자화상”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20.04.30 18:37
  • 게재일 2020.0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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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번째 소설집 펴낸 문서정 작가
전국 규모 문예지 수상작 등 단편 8편 모아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 가’ 펴내
주인공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성찰

문서정 작가.

최근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류 작가인 문서정이 소설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도서출판 강)를 선보였다.

제2회 에스콰이어 몽블랑 문학상 대상 수상 작품인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와 2015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밤의 소리’ 등 그동안 전국 규모의 문예지 수상작들을 위시해 단편 8편을 추려낸 ‘작품집’이다.

삶의 상처와 비극, 인간 욕망의 복잡성 등에 관한 경험담과 깊이 있는 사색을 담고 있다. 온갖 상처와 오명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도 눈길을 끈다.

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소설집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이번이 첫번째 소설집인가.

△예. 지난해 6인 테마소설집 ‘나, 거기 살아’를 내고 처음으로 내는 창작 소설집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2018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수혜자로 선정돼 소설집을 내게 됐다.

-소설집 제목이 특이하던데.

△표제작‘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제목으로 지었다. 대학 시절 인문학 읽기 동아리의 구성원들이 30대 후반이 되어 한 멤버의 장례식장에서 재회한 이후의 일을 그린 작품이다. 유난히 눈물이 많았던 육감적인 몸매의 한 멤버가 옛 연인의 영정 앞에 등장하며, 남자들은 그녀와 얽힌 각자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문서정 작가의 소설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표지.  /도서출판 강 제공
문서정 작가의 소설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표지. /도서출판 강 제공

-소설은 타자의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8편의 단편들에는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한 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늘 무언가를 버리거나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골몰한다. 그러나 소설의 이야기는 버림과 벗어남의 직전, 혹은 그 한가운데서 멈추며, 그때 그 욕망은 환상의 상연을 그치고 삶이 껴안아야 할 근본적 아이러니로 날카롭게 귀환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현실 세계에서 부딪치는 상실과 기다림 등 일련의 것들은 독자들에게‘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문제와 ‘어떻게 살야야 하는가’라는 가치론적 문제를 깊이있게 성찰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은 그 본질적 속성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록작 ‘개를 완벽하게 버리는 방법’과 ‘밀봉의 시간’에는 흉터를 가진 이들이 행하는 필사적인 외면의 시도가 담겨 있다. 은성은 옛 연인이 일방적으로 맡겨놓은 조카와 개를 떠나보내기 위해 “과거 청산 프로젝트”(106쪽)에 착수하고(‘개를 완벽하게 버리는 방법’), ‘나’는 연인이자 운동권 선배였던 K와의 기억을 이십여 년 동안 “완벽하게 밀봉”(139쪽)한다(‘밀봉의 시간’). 이들은 버려짐의 상처를 겪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버려짐을 겪은 이에게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경험의 지혜이자, “생존해야 한다는 본능”(116쪽)이다. 그러나 과거가 끈질김을 과시하듯 개를 버리려는 은성의 계획은 번번이 실패하고, 옛 기억들을 잊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해온 ‘나’ 역시 상처를 비집고 새어나오는 그것들과 고통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과거가 주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가야 하므로, 나의 소설은 버려진 이들이 맞이하는 새로운 국면, 또 다른 타자들을 향한 대처법으로 나아간다. 그중 하나가 “공격적 수비”(45쪽)다.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슬픔은 머리카락처럼 자라나고, 불행은 밤처럼 점점 짙어”(60쪽)가기 때문에 “누구든 나를 치면 피범벅이 되도록 곱절로 되갚아준다”(53쪽)는 것(‘밤의 소리’). 상처로 점철된 이들에게 이보다 확실한 생존법이 있을까.

ㅡ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

△장편을 구상하고 있다. 완성되기까진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이 홍역처럼 치르는 성장기를 추리기법적인 구성으로 그리게 될 것이다. 인물들이 서로를 증오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해하며 또한 서로 연대하기도 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들려주던 이야기처럼 재미있고 사건 전개가 빠른 소설이 될 것 같다.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됐으면 좋겠다. 최근에 일어난 사회 현상을 담은 단편들도 쓰고 있다. 쉬지 않고 꾸준히 쓰려고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부산에서 태어나 경주에서 성장한 문서정은 영남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1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 ‘밤의 소리’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에스콰이어몽블랑문학상 소설 대상, 천강문학상 소설 대상,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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