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일상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 김민정기자
  • 등록일 2020.04.28 20:02
  • 게재일 2020.0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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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에게 뽀뽀하려 할 때
허락을 구하는 것부터가 성교육
엄마·아빠가 함께 하는게 바람직
디지털성범죄 위험성도 알려줘야

“엄마가 뽀뽀해도 될까?”

네 살 된 딸을 둔 주부 A씨(34·포항시 남구)는 요즘 아이에게 뽀뽀하기 전 먼저 허락을 구한다. 최근 읽은 성교육 책에서 배운 내용이다.

A씨는 “주변 엄마들로부터 성교육 책을 추천받아 3권을 샀다. 틈틈이 유튜브로 성교육 강의도 찾아 듣는다”며 “지난해 경기도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성 관련 사고가 발생하고, 최근엔 n번방 사건까지 터지면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정 내 ‘성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성 착취 영상을 찍어 텔레그램에 공유한 ‘n번방’과 같은 성범죄 사건이 성교육에 불을 붙였다. 전문 강의를 넘어 성교육 과외까지 등장했다. 서점가 화두도 성교육이다. ‘소년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하는 법’ 등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었다. 우리 딸이 혹여 피해자가 될까, 내 아들이 음란물을 통해 그릇된 성 인식을 갖게 되진 않을까 염려하는 부모들이 많다.

성교육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성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부모가 아이의 몸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도 교육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으로 성(性)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나이인 6세, 유아기에서 아동기로 넘어가는 시기인 9세, 신체 변화가 본격화하는 12세 무렵은 성교육이 필요한 시기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이에게 뽀뽀할 때 허락을 구하는 것부터가 성교육이라고 말한다. 부모를 포함해 그 누구도 함부로 몸을 만질 수 없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려줘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성에 대해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된다. 동시에 상대방 의사를 존중하는 법도 배운다.

부모는 적극적으로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이의 자주성을 존중해야 한다. 아이를 목욕시키면서 몸을 만질 때 허락을 받는다거나 자녀가 화장실이나 방에 있을 때 함부로 문을 열지 않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얼마 전부터 성교육을 시작했다는 오모(39·여·포항시 북구)씨는 “어느 날 제 몸을 유심히 보던 아이가 ‘엄마는 왜 나랑 달라요’라며 질문을 쏟아내는데 순간 너무 당황해 대답을 못 하고 쩔쩔맸다”며 “아이의 성적 호기심과 궁금증에 슬기롭게 대처하려고 성교육 만화책을 함께 보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여도 허락 없이 몸을 만져서는 안 되고, 반대로 누가 만지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일부 부모는 성교육이 자칫 아이의 성적 호기심을 부추기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아이의 성장 단계를 고려해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성교육을 하겠다면서 대뜸 성 얘기부터 꺼내면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일상 대화로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게 먼저다. 요즘 일어나는 일을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변 친구들은 어떤 것 같은지 함께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구체적 예시를 들어 아이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다각적으로 폭넓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집 주소나 전화번호와 같은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얼마나 위험한지 아이 스스로 깨닫게 하고,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들은 아빠가, 딸은 엄마가 성교육해야 한다는 생각도 편견이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 성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딸도 아들도 상대의 성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

포항청소년성문화센터 관계자는 “부모가 자녀 성교육에 앞서 관련 지식을 넓혀야 한다”며 “과거와 달리 학부모들이 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교육에 나설 경우 갈등만 키울 수 있다. 일회성 성교육이나 상담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자녀의 시선에서 함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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