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에’/장-피에르주네 감독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며
가장 행복해 하는 소녀 아멜리에

뱅스타일의 앞머리와 치켜 올라간 저 눈썹, 땡땡이 원피스에 초록 가디건을 입고 나타나면 인형이 걸어 다니는 듯한 아멜리에. 그녀의 취미는 채소가게 곡식자루에 손을 넣거나 강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것이다. 자신을 놀린 옆집아저씨에게 복수하는 장면. 축구경기에 빠져 TV안으로 들어갈 것 같은 아저씨, 골인 장면에 ‘지지직’, 또 결정적인 장면마다 안테나 연결선을 뽑다 꽂는다. 아저씨는 절규한다. 복수 성공이다.

하지만 아멜리에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랫집 할아버지가 르느와르의 그림을 완성하도록 도와주고, 채소가게 청년을 구박하는 주인을 혼내주는 방법도 아주 기발해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관리인 아줌마를 위해 남편이 보낸 것처럼 편지를 만드는 아멜리에를 보며 오래전 본 ‘중앙역’이라는 영화도 떠올랐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면서 정작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는 서툰 아멜리에, 사랑이 다가오는데 자꾸만 머뭇거린다. 과연 그녀의 행복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영화에서 확인하길.

△‘머니볼’/베넷밀러 감독

야구 단장 브래드피트의
‘경험’ 대 ‘과학’의 한판 승부

프로야구 시즌이다. 홈으로 돌아와야 점수가 나는 야구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서인지 야구 또한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야구영화인 ‘머니볼’을 보면서 야구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 보자. 야구를 소재로 한 대부분 영화는 카메라가 경기 장면을 비추지만 이 영화는 주인공 브래드피트의 시선을 따라 움직인다.

한 팀을 구성하는 것은 구단주와 직접 경기를 하는 감독과 선수가 있다. 또 한 사람 야구중계에서 볼 수 없지만 중요한 ‘단장’이라는 이름이 존재한다. 브래드피트의 역할이다. 프로의 목적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싸워서 이겨야 하는 상대는 팀 내의 오랜 연륜의 스카우터인 꼰대들이다. 야구는 경험으로 한다고 하는 노인들과 수학과 과학으로 해야 한다는, 경기 한 번도 안 해 본 신입의 대결이 볼만하다.
 

△‘월터교수의 마지막 강의’/팀 블레이크넬슨 감독

어떻게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사람은 평생 어떻게 살아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죽는 그 순간에 무얼 하고 있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고 영화 ‘고슴도치의 우아함’의 대사이기도 하다. 주인공 월터교수는 대학에서 여러 철학자들의 삶에 대해 강의 한다.

니체의 사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며 지난 학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며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하지 못해 참 아쉬웠던 감정이 떠올라 오디오북으로 다시 듣기를 했다. 우연히 고른 소설 ‘풍선을 샀어’도 니체의 사상에 관한 소설이어서 이 어려운 니체가 곳곳에 존재한다는 걸 또 느꼈다.

이 영화를 볼 때는 첫 장면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평범한 교수의 퇴근길이구나 하며 흘려보지 마라. 그곳에 니체가 죽었다던 신, 그 신이 모든 곳에 존재하기 힘들어서 우리 가까운 곳에 천사들을 숨겨놓았다가 한순간 모습을 드러낸다는 걸 감독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