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입국자 등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효과적인 감시를 위해 전자팔찌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철통방어를 위한 궁여지책이라지만, 애먼 국민을 잠재 범죄자로 간주하는 정책이어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명칭을 ‘손목밴드’로 바꾼다 한들 전자팔찌는 ‘흉악범’ ‘성범죄자’에게나 적용하던 전자발찌 인상과 겹칠 수밖에 없다. 감염자 또는 감염 위험군은 범법자들이 아니다. 국민 정서를 더 헤아려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맞다.

정부는 최근 자가 격리자의 무단이탈이 늘면서 전자팔찌 형태의 손목밴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목밴드는 자가 격리자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일정 거리가 떨어지면 감시자에게 알려주는 거주지 이탈 확인장치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비공개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손목밴드 착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감염 확산 방지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77.8%, ‘인권 침해 요소가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16.5%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5.7%였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지식인 등 143명은 8일 긴급성명을 발표해 “(전자팔찌 도입은) 휴대전화에 자가격리 앱 설치를 동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수준의 인권 침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더 혹독한 비판도 있다. 바이러스의 해외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정부가 처음부터 입국차단을 안 하는 바람에 나타나는 현상의 연장 선상인데, 국민을 잠재 범죄자로까지 몰면서 실책을 묻어버리려고 한다는 비난이다. 대국민 홍보와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설득을 서둘러 포기하고 극단적인 대책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가격리 원칙을 어긴 사람에게 큰 벌금을 부과하도록 강화한 만큼 전자팔찌는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가 합리적으로 보인다.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단순 다수결로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 국민 여론을 더 깊숙이 들으면서 인권침해 요소가 덜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책을 심사숙고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