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총선 국면에서 여야 정당들이 잇따른 구설수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평시보다 훨씬 예민해진 감성을 후벼 파는 선동 전쟁에 상대방의 말실수는 더없이 좋은 소재일 수 있다. 그러나 경쟁자의 실언을 먹이 삼아 진의를 왜곡하고 음해하는 소동을 벌이는 것은 유권자의 이성을 마비시켜 표심을 오도하려는 저열한 음모를 키울 따름이다. 실언을 칭찬할 수는 없지만, 그 말실수를 꼬투리로 불장난을 일삼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더 나쁜 행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부산에서 부산 교통체증 등을 지적하면서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해 부산 폄하 논란을 자초했다. 부산 발전을 위한 공약의 전제로 구사한 말이 화근이 됐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이해찬 대표의 말실수 논란 이력은 화려하다.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야당에도 실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통합당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가 “30대와 40대는 논리가 없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는 부주의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곤혹을 치르는 중이다. 48.1㎝에 달하는 긴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에 대해 “키 작은 사람은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고 과장 비유법을 쓴 말이 시빗거리가 됐다. 특히 ‘텔레그램 n번방에 호기심으로 들어간 사람의 신상 공개 신중론’ 발언으로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다.

불거지는 실언 논란 중에는 인격을 의심할 만한 내용도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 맥락을 잘라먹은 채 표현 한 두 가지를 과장하면서 비틀고 찌그러트려 오명을 덧씌우는 형태로 나타난다. 정치적 음해 의지가 작동하는 결과물들인 것이다. 발언자의 진의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악의로 조작해 허물을 확대 재생산하는 수법이 구사된다. 말하자면 유권자들을 선동에 가볍게 놀아나는 만만한 존재로 놓고 저지르는 만행이다. 제아무리 ‘깜깜이 선거’라고 해도 실언을 꼬투리 잡아 유권자들을 현혹하려는 서투른 행태는 자제돼야 한다. 유권자들 또한 ‘권력심판’과 ‘미래설계’라는 이번 총선의 본질적 목표에 좀 더 집중해 존재감을 지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