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자장면
  • 등록일 2020.03.24 20:09
  • 게재일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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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기 원

수술실 안으로 철가방이 들어간다

전화선처럼 꼬인 장을 푸는 건 간단하다고 했다

수술은 세 시간을 넘어섰고

배고픈 의사들을 위해 자장면이 배달되었다

장을 풀다 말고 돌아앉아

(혹은 열린 내장을 들여다보며)그들은

뒤엉킨 창자 같은 면발을 급히 빨아들일 게다

(….)

이윽고

피곤을 마스크처럼 뒤집어쓴 집도의가

수술실 밖으로 걸어 나온다

(….)

수술복 앞자락에 남아 있는

부패하기 시작한 내장 냄새와 담즙 빛깔 자장 소스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한 장면을 펼쳐 보이면서 시인은 죽음과 일상이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는 일상의 무심함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섬세한 눈은 담즙과 핏자국이 자장 소스의 빛깔과 닮아 있다는데 이르러 이러한 무심함과 무관심을 극대화 시키고 있음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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