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역사·인물·자연에 매달려온
그동안의 작업 인정받게 돼 매우 기뻐
스페인 베르붐 출판사
‘Ballena gris’ 제목으로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발견과
이국적 어촌 삶 서정적 전달”평
경북대 이혜경 강사 번역

김일광 동화작가의‘귀신고래’(오른쪽)와 스페인어 번역 출간된‘Ballena gris’표지.
김일광 동화작가의‘귀신고래’(오른쪽)와 스페인어 번역 출간된‘Ballena gris’표지.

포항지역 중진 동화작가인 김일광(67)씨가 지난 2008년 펴낸 장편동화‘귀신고래’(내인생의책)가 최근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됐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12일 스페인 베르붐(VERBUM) 출판사가 김 작가의 장편동화 ‘귀신고래’를 ‘Ballena gris’라는 제목으로 펴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출판사 중 하나인 베르붐(VERBUM)은 김 작가의 장편동화 ‘귀신고래’가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진정한 발견을 제공하고 한국의 신비롭고 이국적인 어촌의 삶을 절제된 서정적 언어로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귀신고래’는 포항 구룡포에서 고래잡이를 하던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 이제는 볼 수 없게 돼버린 거대한 바다 생명체에 대한 애정과 진정한 어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차별적인 포경으로 멸종 위기를 맞은 한국의 귀신고래를 소재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어부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이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가야 하는가를 동화의 눈으로 알려주고 있다. 아울러 지구 생태계에서 생명체 사이에 벌어지는 불평등을 새롭게 인식시켜 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어 번역은 경북대 이혜경 강사가 맡았으며, 이씨는 그동안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연암 박지원 소설집’ 등 우리 문학과 고전 여러 작품을 스페인어권에 소개했다.

김 작가는 등단 뒤 30여 권의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출간해 왔다. 창주문학상, 경상북도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포항문인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지역을 배경으로 인물과 정서를 작품화하면서 지역 문화의 격을 높이는 데 앞장 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 김일광 동화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포항 지역을 작품의 배경으로 지역사람들의 삶에 천착해 오며 지역 문단을 올곧이 지켜왔다.‘귀신고래’스페인어 번역 출판 소감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 번역을 맡으시고 스페인 출판사와 계약을 주선해 주신 이혜경 교수님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그동안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인물, 자연에 매달려온 제 작업이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의미가 제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귀신고래’는 포항의 역사와 지역성이 잘 녹아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소개를 부탁드린다. 아울러 다른 작품이 해외에 소개된 것도 있는지 알려 달라.

△동해와 영일만은 고래바다라고 할 만큼 고래가 회유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우리가 우리바다에 대한 영향력을 잃으면서 그 바다에 살고 있던 생명체들을 지켜내지 못하였다. 우리 국가가 힘을 잃었을 때 인간의 탐욕이 거대한 생명을 어떻게 말살해 가는가를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다. 특히 바다의 배경이 송도, 해도 일대의 염전과 구룡포, 호미곶 일대이며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해외 소개 작품으로는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키 작은 나무’가 일본어로, ‘강치야 독도 강치야’가 영어로, 이번 ‘귀신고래’가 스페인어로 번역되었으니까 3개의 언어권으로 번역된 셈이다.

-스페인에서 어떤 반향을 기대하나.

△글쎄, 내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연말에 베르붐출판사 대표가 한국문학번역원 초청으로 한국으로 들어와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스페인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제 작품이 스페인을 비롯한 스페인어권 사람들의 정서에 가서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갖고 있을 뿐이다.

김일광 동화작가.  /안성용 사진작가 제공
김일광 동화작가. /안성용 사진작가 제공

- 많은 사람들이 한 지역의 미래 가치는 문화융성에 있다고 한다. 문화도시로서의 포항은 어떻게 가꾸어 가면 좋겠는가.

△제가 문화도시로 가는 포항에 대한 의견을 낼만큼 안목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 다만 미래의 가치는 문화융성에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우리에게는 묘한 정서가 있다. 우리 스스로를 낮추어보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그래서 늘 서울 중심의 중앙에서 내려온 사람이나 문화가 포항의 지배하였다. 지역의 문화나 예술은 그런 종속적인 자세 속에서는 결코 발전할 수가 없다. 지역의 문화는 지역 사람들에 의하여 지역사람들의 삶과 정서가 묻어나야 한다. 지역사람들이 주도하는 문화일 때 그 가치가 발현되고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가치와 격을 높여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 종사자들을 발굴, 지원, 육성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 작품 계획 및 포부가 있다면.

△나는 사회운동가가 아니고 작가이다. 작가는 단박에 세상을 뒤집거나 폼 나게 세상에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니다. 쉼 없이 이웃과 삶을 나누고 지역과 좀 더 많은 소통을 이루는 겸손한 작업을 펼치고 싶다. 아직 쓰고 싶은 지역의 이야기가 많다. 우리 지역 사람들의 참 모습을 찾아 알리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을 뿐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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