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 순

(….)

추풍이 우는 달밤이면

우리는 숨죽이고 운다

옷깃에 눈물을 찍어내며

귀뚜라미 방울새의 비비는 바람

그 속에서 우리는 숨죽이고 운다

씨앗이 굵어도 개밥풀은 개밥풀

너희들 봄의 번성을 위하여

우리는 겨울 논바닥에 말라붙는다

개밥풀은 개구리밥으로 알려진 부평초를 일컫는다. 개밥풀은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논이나 연못의 물 위에 떠다니는 식물인데 시인은 이 땅의 가난하고 억압받는 민중들의 모습으로 여기고 있음을 본다. 아무리 모진 억압이나 시련이 닥쳐와도 겨울 논바닥에 말라붙어 인내하며 봄을 기다리는 개밥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예찬하며 이 땅의 민중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