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서 투표까지 이어진 첫 사례
SRF 인한 오천읍 주민들 고충과
대기환경오염 심각성 표출 성과
대상 의원 직무정지로 업무 차질
시예산서 나간 비용 5억원 넘어
지역민들간 쌓인 갈등 해결 과제

포항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 갈등으로 빚어진 남구 오천읍 주민소환이 무위로 돌아갔다. 이러한 결과는 18일 본 투표가 치러지기 전부터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13∼14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이 다소 낮은 수준인 8.06%로 집계됐었기 때문이다. 주민소환 본 투표가 평일에 진행되는 만큼 주말에 치러지는 사전투표 참여율이 주민소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예측됐다.

주민투표가 수포로 돌아갔으나, SRF에 반대하는 주민소환 측은 포항시와 포항시의회 등에 SRF로 인한 주민들의 고충과 대기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제기한 사실만으로도 성공적인 이벤트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민소환이 청구돼 투표까지 이어진 사례가 대구·경북을 통틀어 처음이어서 더 많은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반대로 대상이 된 박정호, 이나겸 시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으나 주민소환 대상이 됐다는 불명예와 함께 강한 압박을 받았다. 투표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두 의원의 직무가 정지돼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빠지는 등 포항시의회 차원의 손해도 컸다.

경제·사회적 비용 지출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번 오천읍 시의원 주민소환투표와 관련해 투표소 운영에 따른 경상경비와 인건비, 소송비 등 총 5억1천4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이 비용은 순수 포항시 예산으로 집행됐고, 소환 준비 단계 비용까지 합하면 전체 비용은 훨씬 많아진다.

특히, 이번 주민소환은 조국 사태로 광화문 거리가 양쪽으로 갈라졌던 것처럼 지역민들간 갈등을 부추겼다는 상처를 남겼다. 지난 8월 12일 오천읍 28개 자생단체장(대표 오염만)은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소환 청구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민소환 청구 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들은 “직무유기와 책임회피라는 터무니없고 명분도 설득력도 없는 이유로 자유한국당 이나겸, 박정호 시의원을 주민소환 요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유한국당 시의원만을 주민소환 한 것과 민주당 박칠용 시의원은 주민소환에서 제외한 것은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로 사태를 더 키우고 있다”고 정치색 논란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주민소환은 많은 숙제를 남겼다. 주민소환을 할 때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제도적 문제점은 물론, 공정하지 않고 부실한 선거운동 관리도 도마에 올랐던만큼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은 “이번 주민소환 투표로 인해 앞으로 포항시의회 시의원들이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을까봐 걱정된다”면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통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주민소환을 청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시의원들이 소신을 갖고 의정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찬규기자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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