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뫼민체’ 서예가 솔뫼 정현식 작품전
“형상과 서풍에서 마저 벗어나고 싶은 욕심 담았다”
50여 년 창작 인생 400여 점 전시 5~17일 경주예술의 전당

정현식作 ‘10년의 벽을 깨다’
정현식作 ‘10년의 벽을 깨다’

독특한 한글 민체 서풍 ‘솔뫼민체’로 잘 알려진 서예가 솔뫼 정현식(60)의 대규모 작품전이 5일부터 17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는 ‘나는 서예가로 가출했다’를 부제로 50여 년 서예인생의 치열한 반성과 제2의 혁명적 기회로 삼기 위해 창작한 400여 점을 선보인다.

8m×4m ‘금강경설의’, 1만6천여 자 ‘임제록전문’16폭 병풍과 버려진 박스를 활용하고 지총(紙塚·쓰고난 화선지) 100여 개를 사용한 설치서예 작품이 포함됐다.

작가는 “서예의 종택(宗宅)이라 여기는 형상과 서풍에서 마저 벗어나고 싶은 욕심을 담았다”면서 “나의 작품이 지금까지 입고 있었던 내 몸에 맞지 않는 헐렁한 옷을 벗어던지고 쓸데없는 군더더기와 옛 어르신들의 고귀한 형상성에서 이탈하고 싶다”고 이번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

정현식 작가의 작품은 불교적 명상사유의 내면적 숙성에서 생각을 넘어서는 형상성을 추구하며, 자유분방 하면서도 놀라운 장인적 숙련성으로 완성도 깊은 작품을 선보인다. 자신이 개발한 9가지 독특한 서체를 바탕으로 곡선과 직선, 가늘고 굵은 선의 조화 속에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유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송명신 중국 하문대 교수는 “솔뫼는 옛 사람의 틀에 안주해 편한 길을 가지 않고 작품에 시대를 담고 삶을 담기 위해 고민하는 한국에서 몇 안되는 작가이며, 서예미를 향한 치열한 탐구와 열정은 남다르며 한글과 한문에서 이미 독자성과 예술성, 그리고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J.Solme 無’
‘J.Solme 無’

문보 김원태 선생으로부터 사사한 정 작가는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포항과 경주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서울, 일본, 포항, 경주 등지에서 그동안 13회의 개인전을 가졌다.‘솔뫼민체’와 ‘솔뫼손편지’‘광개토대왕비서체’ 등 9가지 독특한 서체를 개발해 전통과 현대 서예작품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그가 이제까지 개발한 서체는 총 2만9천340자(한글 6종 1만4천676자, 한자 3종 1천466자)로 현재 국내 서예가가 개발한 한글·한자 서체 중 최고의 자수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등 각 시도 서예대회에서 심사위원과 운영위원 등을 맡아왔으며 현재 경주와 포항에서 솔뫼서예예술연구소와 갤러리 솔뫼를 운영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서예작품으로 만나는 노자도덕경’ ‘솔뫼민체’ ‘사자소학’ 등 저서 6권을 발간하기도 했으며 서예문화상, 올해의 서체상(2015년), 삼일문화대상, 경상북도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해인사와 선본사(갓바위), 직지사, 태안사, 현덕사, 아산정(고 정주영회장기념관), 포항지방법원, 안국미술관 등 전국 사찰 및 주요 기관의 현판과 주련 글씨를 맡았다.

또한 포항 이육사 청포도 시비, 포스텍 박태준 회장 동상, 영주 8·15광복기념탑, 영덕 해파랑공원 등의 금석문 외에도 tvN 시사교양프로그램 ‘어쩌다 어른’, MBC 드라마 ‘여왕의 꽃’ 등 여러 TV 프로그램 제목과 자막의 글씨도 썼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