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춘 작가의 ‘쌈마이’·‘동백꽃’…
작품 통해 ‘우리’ 라는 인간애 ‘눈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KBS 제공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KBS 제공

“네가 있는 데가 너한테 ‘메이저’ 아냐? 그냥 더 가슴 뛰는 거 해.” (‘쌈, 마이웨이’의 고동만) “생일 모르면 만날 생일 하면 돼요. 내가요, 만날 생일로 만들어 드리면 돼요. 동백 씨의 34년은요, 충∼분히 훌륭합니다.”(‘동백꽃 필 무렵’의 황용식)KBS 2TV ‘백희가 돌아왔다’(2016)부터 ‘쌈, 마이웨이’(2017), 그리고 최근 시청률 16%(닐슨코리아)를 돌파하며 인기리에 방영 중인 ‘동백꽃 필 무렵’까지, 임상춘 작가의 가장 큰 힘은 ‘소외계층에 건네는 위로’에 있다.

‘백희가 돌아왔다’의 양백희(강예원 분)도, ‘쌈, 마이웨이’의 최애라(김지원)도,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공효진)도 험난한 세상에 치이고 또 치여 자신의 가치를 잊었던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통해 자아를 되찾는다.

대표적으로 ‘동백꽃 필 무렵’의 황용식(강하늘)이 싱글맘 동백에게 하는 대사들은 곧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과도 같다.

폐쇄적인 시골 옹산에서 ‘술만 파는’ 주점을 운영하는 싱글맘 동백은 씩씩한 척하지만,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속은 곪을 대로 곪은 인물이다. 별것 하지 않아도 늘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는, 기차역 분실물보관소 직원이 되는 게 꿈이라는 그는 용식을 만나면서 자신도 진정 동백꽃처럼 활짝 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쌈, 마이웨이’도 플롯은 같다. 태권도 선수를 꿈꾸지만, 현실은 진드기 잡는 업체 아르바이트생인 동만. 아나운서가 되고 싶지만, 백화점 안내원 일을 하며 온갖 ‘값질’을 당하는 애라. 두 사람은 서로의 격려 속에 각각 격투기 선수와 격투기장 아나운서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임 작가는 또 “모두가 주인공을 볼 때 우리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한 보험회사 광고 카피처럼, 주인공들에게만 애정을 모두 주지 않는다.

쌈, 마이웨이.  /연합뉴스
쌈, 마이웨이. /연합뉴스

최근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향미(손담비)의 서사가 주목받는다. ‘발랑 까진 인물’인 것만 같았던 그는 이민 간 남동생 생활비와 할머니 병원비를 조달하기 위해주점 ‘까멜리아’에서 끊임없이 돈을 부쳐주고 있었고, 그런 헌신에도 결국 가족에게 외면당하다 ‘까불이’ 에게 죽음까지 맞았다.

향미 스토리가 방송된 후 “기억해주는 이 없이 향미처럼 간 사람들에 대해 연민마저 들게 해주는 작가의 인간애에 감명받았다”는 시청 후기가 줄을 이었다.

이 밖에도 게장 골목에서 일하는 용식 어머니와 동네 사람들 면면 역시 드라마 배경이 된 포항 구룡포마을에 가면 실제로 만날 수 있을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쌈, 마이웨이’ 때도 임 작가의 이러한 특기는 빛을 발했다. 동만-애라 서사 외에 ‘서브 커플’이던 김주만(안재홍)-백설희(송하윤) 장수 커플의 속사정과, 심지어 애라의 엄마 황복희(진희경)의 서사까지 우리 주변 인물을 보듯 현실감 있게 다뤄졌다.

그러나 인물 하나하나에 서사를 담는 장치는 인위적인 장치가 아닌, 말 그대로 임 작가 특유의 ‘인간애’에서 자연스럽게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