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창 윤

슈퍼마켓 냉장 식품 코너에 냉동닭들이 수북하다

비닐봉지로 쌓여 있는 육체가

살아 있는 영혼보다 더 오래 버티는 듯했다

옷장 안에서 가끔씩 종소리가 들렸고

마음의 계단은 미끄러웠다

아주 오래전 그 영혼의 이름은 무엇이었더라?

시인은 냉동 창고에 밀봉되어 수북이 걸려있는 냉동 닭들과 옷장 속 차곡히 걸려있는 옷들과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있는 현대인들을 떠올리고 있다. 밀봉된 채 영혼 없이 매달리고 얹혀 다니는 현대인들의 비애를 표현하고 있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여지없이 우리의 정신은 발가벗겨지고 냉동된 채 어딘가로 얹혀가는 냉동 닭 같은 것이 우리의 서글픈 초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