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경과 한국 문화’
정재서 지음·민음사 펴냄
역사· 1만8천원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신화집인 ‘산해경’은 동아시아 상상력의 원천이라 할 고전으로 역대에 걸쳐 비상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정작 ‘산해경’과 주변 문화의 상관성에 관한 탐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국내 최초로‘산해경’역주본을 발표해 한국 지식 사회에 ‘동아시아 상상력’이라는 화두를 던져 신선한 충격을 줬고 이후 30년간 ‘산해경’연구에 매진해 온 신화학자인 정재서 교수(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산해경’과 한국 문화의 상관성을 집중적으로 고찰한 ‘산해경과 한국 문화’(민음사)를 출간했다.

‘동이계(東夷系) 고서(古書)’로 통칭되는 ‘산해경’에는 고대 한국 관련 내용이 풍부히 담겨 있어 한국 문화와의 친연성은 근원적이다. 아울러 장구한 역사 동안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교섭을 고려하면 한국 문화에 수용된 ‘산해경’의 양상과 의미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벗어난다. 그럼에도 ‘산해경’과 한국 문화의 상관성을 고찰한 책이 전무한 것은 우리 학계 일각에 존재했던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속지주의(屬地主義)적 인식, 신화·상상력 분야에 대한 인식이 취약했던 학풍 등과 관련이 있다. 이 책에서는 ‘산해경’의 적용 범주를 중국 대륙 밖으로 확장해 ‘산해경’이 지닌 동아시아 상상력의 공유 자산적 의미를 실감함은 물론, 한국 문화의 해석 근거를 기존의 국학 범주에서 벗어나 ‘기서(奇書)’에까지 확대해 한국 문화의 근원에 대한 다양한 인식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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