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임명 강행에 정국 ‘요동’
文 “의혹만으로 배제 나쁜 선례”
한국당 “정권 종말 서곡” 반발
국조·해임건의안 총투쟁 결의
범야권 공동 전선 구축도 시사
與, 패스트트랙 사정 속도 낼듯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 강행함에 따라 야당의 극한반발과 검찰의 수사에 따른 청와대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여당은 패스트트랙 수사를 통한 야당의원들에 대한 압박에 나서 사정정국으로 급격한 국면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여 향후 정국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2·3면>

우선 자유한국당은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끝내 임명하자 격렬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이번 임명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서 ‘정권 종말’을 알리는 서곡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또한 정기국회 ‘보이콧’, 조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며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해임건의안 제출을 포함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추진 등 조 장관 임명 이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애초 30∼40분으로 예상됐던 의총은 의원들의 투쟁 방안에 대한 발언이 이어지며 2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그러면서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청와대 앞 규탄 집회는 취소됐다. 당내에서는 이달 17∼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거부하는 등 9월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국민께 조국의 민낯을 알리면서 저희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마음을 알려드리겠다”면서 “문재인 정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폭거에 대해 모든 힘을 모아 총력투쟁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임명 발표 직후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검찰을 압박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지배하려는 시도”라며 “오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망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전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국정조사, 특검 추진 등에서 무소속, 평화당까지 아우르는 범야권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추석 연휴가 끝날 때까지 서울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 장외 집회를 병행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조국 장관을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대국민담화를 한 데 대한 여론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까지 마쳐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질 명백한 위법이 확인 안 됐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을 안 하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원칙과 일관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총장이나 장관이 물러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히려 임명을 강행하는 것이 나쁜 선례라는 지적이 많았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권력기관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분명히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며 조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조 장관이 착수할 검찰 개혁이 별개라는 점을 강조했는 데, 후보자일 때와 달리 장관이 되고 난 후 검찰 인사권과 지휘권을 갖게된 조 장관에 대해 검찰이 장관 본인이나 가족 등에 대한 의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다고 믿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는 데, 이 말 대로라면 조국 장관의 사례와 같이 국민적 상실감을 느끼게 한 인사를 장관으로 임용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국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정부여당이 패스트트랙 수사에 속도를 붙여 사정정국으로 전환함으로써 자유한국당의 극한 장외공세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지정안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대규모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이날 국회의원 소환 조사 등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공교롭다. 검찰에 송치된 이 사건에 연루된 국회의원은 109명으로,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30여명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나 한국당 의원들은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아 추후 사정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이번에 임명된 6명의 장관 및 장관급 인사는 조국 법무부장관을 비롯,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이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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