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조어(造語)는 2005년 제작된 ‘파송송 계란탁’이라는 오상훈 감독의 코미디영화의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조어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 이후 퍼진 핵폭탄급 선동 구호였다. MBC ‘피디수첩’의 잇따른 보도로 촉발된 논란과 이 선동 구호에 현혹된 뭇 시민들이 ‘100만 촛불대행진’ 등 반정부 시위에 동원됐었다.

대법원은 ‘언론자유’ 영역을 침범하는 과도한 기소를 일축하면서도 MBC로 하여금 지나친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공개사과하도록 징벌을 내렸다. ‘가짜뉴스’에 휘둘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무력함에 대한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도 의아한 것은 지금껏 광우병 발병이 없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또 어땠는가. 무자비하게 양산됐다가 확인이 여전히 안 된 채 묻혀가고 있는 ‘가짜뉴스’들은 가늠조차 어렵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짜뉴스’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될 병폐다. 단 한 번의 그 음흉한 장난질로 누군가 일생을 망치기 일쑤요, 때로는 한 나라가 치명적인 혼돈에 빠지거나 퇴행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은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 싱가포르는 ‘가짜뉴스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운용한다. 독일에서는 ‘가짜뉴스’방치 소셜 미디어 기업에 최고 5천만 유로(669억여 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이 시행 중이다.

그런데 ‘가짜뉴스’라는 말을 전혀 다른 개념으로 써먹는 지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대표주자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를 모조리 ‘가짜뉴스(Fake news)’라고 몰아친다. 미국의 정치학자 조셉 나이는 최근 자신의 칼럼에서 올들어 6월 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3천259건의 거짓을 말했다고 썼다. 참으로 흥미로운 기록이다. 그의 인식체계에 있어서 ‘가짜뉴스’의 정의는 ‘마음에 안 드는 비판’ 정도로 변질된 게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 언론들의 공격에 맞서 언론을 ‘불량상품’으로 규정하고, 불매운동 등 정부 부처의 적극 대응을 독려했다. 스스로 언론을 고소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작금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가히 쓰나미 수준이다. 그와 그 가족에 대한 의혹이 보편적인 국민 정서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조 후보는 물론, 청와대와 민주당은 모든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몰아 때린다.

법무부는 ‘가짜뉴스’ 제작 및 유통 행위를 강력 단속할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은 이 정부에 과연 순정한 의미의 ‘가짜뉴스’를 정의롭게 가려낼 신뢰성이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매국행위로 매도하는 한 또 다른 통제 시도는 위험하다. 느리고 힘들더라도 제대로 된 ‘진짜 뉴스’로 ‘가짜뉴스’를 밀어내는 게 맞다. 불편한 뉴스를 ‘가짜뉴스’라고 모함하는 ‘가짜뉴스’가 더 사악한 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