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석 남

배를 민다

배를 밀어보는 것은 아주 드문 경험

희번덕이는 잔잔한 가을 바닷물 위에

배를 밀어넣고는

온몸이 아주 추락하지 않을 순간의 한 허공에서

밀던 힘을 한껏 더해 밀어주고는

아슬아슬히 배에서 떨어진 손, 순간 환해진 손을

허공으로부터 거둔다

사랑은 참 부드럽게도 떠나지

뵈지도 않는 길을 부드럽게도

배를 한껏 세게 밀어내듯이 슬픔도

그렇게 밀어내는 것이지

배가 나가고 남은 빈 물 위의 흉터

잠시 머물다 가라앉고

그런데 오,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배여

아무 소리 없이 밀려들어오는 배여

배를 바다로 밀어 넣으면서 배와 분리되며 육지에 남겨지는 자신을 발견한 시인은 자신의 손이 환해지며 온 몸으로 차오르는 전율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시인의 그윽한 사랑 노래를 듣는다. 배 떠나 자신의 안으로 소리없이 밀려드는 배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