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펫 스토리’

일본 순사가 우리개를 죽이는 풍속화 그림(왼쪽), 벗겨진 우리나라 개 가죽. /현암사, 조선총독부 보고서 발췌

역사속의 유목 기마민족은 농경민들이 악의적으로 묘사해 놓은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성격을 가진 집단이 아니다. 유목 기마민족들은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역에 눈을 뜨게 되었고 농경민들이 한달 걸려서 걸어갈 거리를 며칠만에 후딱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기동성이 좋으니 다른 문명과 접촉하는 것도 쉬웠다. 또한 개방적인 삶의 태도로 농경민에 비해 다양한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속도와 정보를 지배한 것도 모자라 발달된 문명의 혜택까지 먼저 누렸으니 유목민이 농경민을 압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교역을 하는 물건을 지키기 위해 완전무장을 하는 것도 유목민의 필수조건이 되어갔다. 이렇게 해서 군사력을 갖추고 속도와 정보를 장악하여 교역으로 부를 축적하는 넓은 의미의 유목민인 전사와 상인의 복합체가 탄생하게 되었는데, 중앙아시아와 중국 대륙에 있어 유목 기마민은 말과 함께 이동하며 초원의 패권을 두고 경쟁 또는 공생을 하는 일종의 정치 연합체이다. 유목 기마민족에게 속도와 정보를 의미하는 말이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속도와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도 지배할 수 밖에 없는데,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넓은 의미의 유목민은 초원의 귀족이자 왕족이었고, 신성하게 여기는 개를 데리고 다닌 이들은 역사의 중심이기도 했다.

고구려 사람들은 말을 타고 사냥하는 수렵도를 남겼고, 신라에서는 말을 신령하게 표현한 천마도까지 남겼는데 왜 조선 사람들은 말탄 모습의 그림 하나를 남기지 않았을까? 말을 타던 기억은 왜 지워야 했으며, 장사는 언제부터 천박한 직업으로 인식하게 되었을까? 모든 유목 기마민족이 개를 신성시했는데 왜 개는 ‘사기(史記)’가 전해주는 전통인 개고기로 인식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조선시대 유학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조선시대 유학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었는데 조선의 정치, 사회, 종교를 지배한 유학은 민족의 정체성을 파괴했고 사대 중화사상에 의해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 되고 싶어 한 몸부림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동훈
이동훈

일본인들은 지금까지도 고구려의 개를 신사를 지키는 신령한 상징동물로 여기면서도 왜 우리나라를 강점할 때 공권력을 투입해 우리나라 개를 때려서 잡고, 개가죽을 벗겨가고 개고기를 돈을 받고 팔고, 먹게 만들었을까? 우생학이라는 학문은 단순하게 인종적으로 흑인에 비해 백인이 잘났다는 점을 강조하여 식민지를 정당화했고, 히틀러는 우등민족이 열등민족을 지배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슬로건으로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 일제는 조선을 넘보면서 식민 지배를 위한 논리가 필요했다. 일제는 근대화에 성공한 자신들은 우수한 민족이고, 사회적으로 진화가 덜 된 조선은 미개하다고 주장했는데,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선을 왜곡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더러움, 무지함, 비위생성, 복종성, 혐오스런 풍속 등의 이미지로 조선을 정의했고, 혐오스런 풍속에 일부 조선 백성들이 먹던 개고기가 포함된 것은 당연했다. 일제는 조선백성들 중 가난한 사람들이 숨어서 먹던 개고기에 주목했다. 그리고 재빨리 조선은 전통적으로 개고기를 먹은 나라라고 규정해 버렸다. 이때 조선 후기 사대부들이 발행한 개고기 식용에 관한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라야마 지준 등이 조선의 풍속연구라는 이름으로 해놓은 것들이 지금까지도 아무런 비판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그 당시 일본학자들과 일부 친일학자들은 연구와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주성을 고취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조선총독부의 주도하에 철저하게 억압했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살짝 비틀어 왜곡하였다. 개고기를 우리의 전통으로 만들어버린 역사적 왜곡의 이유를 알게 되면 개고기 식용 논쟁들에 대해 숙연한 마음까지 들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 개 보존과 연구는 문화재청의 관리감독에 따라 각 견종을 보존하고 있는 지자체와 각 기관에서 독립적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한반도 개들에 영향을 준 고구려개의 원형탐색과 복원을 위한 역사적 고증과 과학적 연구를 통해 우리 고유의 개에 대한 연구와 보존, 통섭적인 해석과 통합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참고문헌:‘BOKA 늑대의 왕국’(주정은 저)

/이동훈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