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형의 여행·인생스토리‘healing’영화 추천
지친 일상 벗어난 색다른 여행
누구나 꿈꿔보는 일탈 이야기

명절이면 두 손을 무겁게해서 복잡한 도로를 따라 고향으로 향하는 풍경들이 그려지곤한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긴 명절 연휴를 이용해서 마음에 두었던 어느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풍경 또한 익숙하다.

이제 명절은 기다리는 이들을 찾아 떠나거나 그들을 기다리는 시간이며, 혹은 미지의 장소를 향해 떠나가는 기간이기도 하다.

떠나거나 기다리거나 혹은 머물거나 기나 긴 이번 설 명절의 마땅한 일정을 준비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여행’이라는 주제로 몇 편의 여행을 추천하고자 한다.

피터 첼솜 감독의‘꾸뻬씨의 행복여행’은 런던의 정신과 의사인 ‘헥터’가 주인공이다. 매일 같이 우울해하고 불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만나는게 일인 그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행복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행복의 조건이 돈, 가족, 건강이라 생각하는 이들을 만나는 여정. 그리고 첫사랑의 기억까지, 여행에서 만나는 인연을 통해 ‘행복의 조건’을 묻는다.

벤 스틸러 감독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뜻하지 않은 여행과 그 끝에서 만나게 되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

한때 최고의 사진잡지였던 ‘라이프’에서 16년째 근무중인 월터 미티. 그의 업무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현상해서 분류하는 일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수익이 떨어지고 폐간을 앞둔 잡지의 마지막 표지를 장식할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떨어진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상상’을 통해 일탈을 꿈꾸는 그에게 이제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여정이 펼쳐진다.

일상의 상상이 주를 이루던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상의 장면은 줄어들고 상상보다 짜릿한 현실을 경험한다.

잡지의 마지막 표지를 장식할 사진을 확인하는 그 순간은 뭉클함이 함께한다. 잘 계획된 여행이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와 에피소드가 펼쳐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여행에서 한번쯤 기대해봤을 이성과의 인연.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는 이점에 있어서 고전이다.

파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비엔나에 내려 해가 떠오를 때까지, 아름다운 도시를 거닐며 펼쳐지는 그들의 대화와 풍경이 아름답다. 특히 미묘하게 주고 받는 눈빛과 설레임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간들은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봤을 여행의 로망스를 잘 담아내고 있다.

아무리 멀리 떠나는 여행이라도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 전제가 없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닌 이민이고 이주가 된다.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인 디 에어’의 주인공 라이언 빙햄은 1년에 322일을 미국 전역을 돌아 다니며 대부분의 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낸다. 비행기와 호텔을 집처럼 여기며, 정주를 위한 최소한의 소유도 짐처럼 여긴다.

그에게 인생이란 간단한 옷가지와 소품을 챙길 수 있는 가방, 그 속에 담길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을 짊어지고 다닐수 있을 정도의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가 삶에 대한 강의를 할 때도 자신의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이 가방에 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가족, 집, 자동차, 이것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가볍게 갈 것이냐 힘겹게 갈 것이냐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고 설파한다.

멀리가는 비행기도 언젠가는 지상에 착륙할 것이며, 비워도 비워도 가벼워지지 않는 인생의 짐을 짊어져야할 때가 있을 것이다. 정주하지 않는 자의 독특한 삶의 철학과 자잘한 노하우를 보는 것은 이 영화가 주는 또 다른 재미다.

/문화기획사 엔진42대표

※설 연휴 추천 영화 4편은 네이버영화나 구글플레이에서 다운로드하여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