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절’

M. 쿳시 지음·문학동네 펴냄
소설·1만3천800원

“그는 속으로 생각한다. 정신적인 삶. 바로 이것이 대영박물관 깊숙한 곳에 있는 나와 다른 외로운 방랑자들이 스스로를 바쳐야 하는 삶일까? 언젠가 우리를 위한 보상이 있을까? 우리의 외로움은 걷힐까? 아니면 정신적인 삶 자체가 그것에 대한 보상일까? ”_

‘청년 시절’94쪽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으로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존 맥스엘 쿳시(78·J. M. Coetzee)의 자전 장편소설 ‘청년 시절’(문학동네)이 번역돼 나왔다.

작가 나딘 고디머와 함께 남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쿳시는 평단에서 “종달새처럼 날아올라 매처럼 쳐다보는 상상력을 지닌 작가”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쿳시 자전 장편소설 3부작은 ‘우리 시대 가장 과묵한 작가’로 불릴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기로 유명한 쿳시가 자신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잔인할 만큼 솔직한 서술과 절제되면서도 폭발적인 문장으로 쏟아낸 회고록이자 소설이다. 3부작 중 두번째인 ‘청년 시절’은 혁명의 소용돌이로 혼란에 빠진 남아프리카를 떠난 쿳시가 런던에서 진정한 예술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십대 시절을 다뤘으며, 국내 초역이다. 예술가의 소명에 대한 동경과 젊은 예술가의 내면을 휘젓는 모든 감정과 딜레마를 그려냈다. 쿳시의 실제 ‘삶’과 소설적 ‘허구’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실’을 향해 치밀하면서도 거침없이 나아가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청년 시절’에 나오는 존의 삶과 작가의 실제 삶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 ‘청년 시절’에서 존은 결혼하지 않고 ‘영혼의 불꽃’을 알아봐줄 여자를 찾아 시의 영감을 찾아 런던에서 방황하다가 또다른 ‘시인의 나라’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쿳시는 런던 IBM 지사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가 결혼을 한 뒤 다시 아내와 함께 런던으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1965년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청년 시절’에는 작가의 실제 삶과 소설적 허구가 뒤섞여 있다.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기로 거의 ‘전설적인’ 쿳시가 있는 그대로의 삶을 드러냈을 리가 없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 속 내용이 ‘작가의 실제 삶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존이 처한 ‘심리적 현실’이다. 그 심리적 현실이란 젊은 예술가의 내면을 휘젓는 모든 감정과 딜레마이자 정치적 폭력에 무자비하게 노출된 개인의 고뇌다. 쿳시는 ‘진실’을 위해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는 것도, 또한 거기에 허구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소설적 ‘허구’ 때문에 ‘사실’을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실’만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쿳시는 과거의 오점을 벗어던지고, 혹은 승화함으로써 진정한 작가로 자신을 재창조해나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그야말로 ‘진실’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