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성지순례하며 신앙 정체성 찾자”
“걸어서 성지순례하며 신앙 정체성 찾자”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8.08.29 20:47
  • 게재일 2018.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내달 29일 도보 성지순례
조환길 대주교 미사 봉헌
▲ 천주교 대구대교구 신자들이 성지 순례에 참여하고 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 제공

천주교회에서 ‘성지순례’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성스러운 땅, 즉 성지와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거나 성인들의 유적지인 성역을 방문해 경배를 드리는 신심 행위를 일컫는다.

신자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들 성지를 찾아가 축제와 미사에 참석하며 그 장소에 얽힌 종교적인 전승을 실존적으로 체험하고 자신이 속한 신앙공동체의 정체성과 일체감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적으로 ‘성지’라고 일컬어지는 곳은 엄밀하게 말하면 크게 성지와 사적지로 나눠볼 수 있다. 성지는 피를 흘리고 죽은 순교지와 순교자의 유해가 묻혀 있거나 보존돼 있는 곳을 말하며 사적지는 순교자들이나 성인들이 태어나거나 활동했던 곳과 교우촌 등을 말한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순교자 성월(聖月)’을 맞아 오는 9월 29일 전 교구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보 성지 순례 행사를 마련했다.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성모당을 중심으로 성지순례를 진행한다. 본당 및 단체 사정에 맞게 교구 내 성지 코스를 선택해 미사 시간인 오후 3시 이전에 성모당에 도착하는 코스다.

도보순례 가능 성지는 성이윤일 요한의 사랑과 순교의 길, 관덕정, 계산성다,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공원, 신나무골 성지, 진목정 성지, 한티순교성지 등이다.

도보를 마친 신자들은 미사준비를 해서 오후 3시까지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봉헌하는 미사에 참석하면 된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추천하는 도보 성지 순례지 몇 곳을 소개한다.

△진목정 성지

진목정 성지(경북 경주시 산내면 내일리 산 284)는 124위 시복시성 대상자이기도 한 허인백(야고보·1822~1868), 이양등(베드로·?~1868), 김종륜(루카·1819~1868) 세 순교자들이 박해를 피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바위굴(범굴)에 숨어 살았던 옛 신앙의 터전이며, 처형된 이들의 시신을 허인백의 아내 박조이가 옮겨 묻어 그들의 피로써 은총의 성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산내성당에서 도보로 이동하면 1858년 경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 사제인 ‘땀의 순교자’ 최양업(토마스) 신부가 지방을 순회하며 전교하던 때부터 교우촌을 이뤘다고 전해지는 진목공소가 있다. 공소를 지나 700 여m 묵상 길을 따라 가면 세 순교자들의 묘지(가묘)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그 유해가 옮겨져 대구 복자성당에 모셔져 있지만, 병인박해의 수난지로 그들의 성혈이 뿌려진 이곳은 순교자들의 혼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신나무골 성지

경북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에 위치한 신나무골 성지는 대구천주교 첫 본당터이자 병인박해 때 숨진 순교자(이선이 엘리사벳)가 영원한 안식을 취하는 곳이다. 경상도 천주교회사에서 은신 전교의 근거지로 영남 신앙의 교두보다. 신자들이 나무 아래 움막을 짓고 살았다고 해서 마을 이름조차 ‘신나무골’로 지어진 이곳은 조선교구가 창설(1831년)되고, 6년 만인 1837년 파리외방전교회 샤스땅 신부가 찾아온 유서깊은 곳이다.

이선이 엘리사벳 묘역과 함께 신나무골 성지의 양대축을 이루는 신나무골 대구천주교 첫 본당터는 김보록 신부 사제관, 명상의 집, 마당의 김보록 신부 흉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나무골에 있던 연화서당은 1920년 신동초교가 세워지기 전까지 신, 구학문과 교리를 가르치던 배움과 복음전파의 전당이었다.

△관덕정 순교기념관

관덕정 순교기념관(대구시 중구 남산2동 938-19)은 한옥 누각을 이루고 있는 건물의 계단을 오르면 대구대교구 제2주보 이윤일 요한(1815~1867) 성인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을해·정해·병인박해를 거치면서 많은 교우들이 참수된 대표적인 순교성지다. 한국천주교 창설 200주년을 맞아 대구대교구가 기념사업과 성지개발을 목표로 지었으며, 1991년 5월 개관했다.

이곳은 이윤일 성인 이외에도 시복시성을 추진 중인 ‘하느님의 종’ 124위 가운데 김종한 안드레아, 고성대 베드로, 구성열 바르바라, 이시임 안나 등 10위가 참수된 곳이기도 하다.

지하 성당에서 기도를 바치고, 바로 옆 유해전시실로 발길을 돌리면 이윤일 성인을 비롯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 바오로 사도 등 40여 성인의 유해가 이곳에 봉안돼 있다. 지하 순교 전시실에는 신자들이 현재 시복운동 중인 대구 순교자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관덕당 형장에서 사라져간 순교자들 모습을 표현한 ‘전통인형으로 빚은 순교사 전시관’, 3층에는 교구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교구 전시실이 흥미롭다.

△계산주교좌성당

계산주교좌성당(대구시 중구 계산동2가 71-1)은 대구의 첫 본당이자 주교좌성당이며, 사적 제290호로 지정된 유서 깊은 문화재다.

계산주교좌성당은 그 자체가 문화재인 만큼 곳곳에 눈길을 끌만한 성물이 있다. 특히 성전 입구 성수대는 1984년 5월 대구를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직접 축복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당에는 대구 지역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데 평생을 바쳤던 초대 주임 김보록 신부(1853~1922)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대구대교구 본당의 출발지라고도 볼 수 있는 계산본당은 1885년 설립된 ‘대구본당’이 그 전신이다. 김보록 신부를 비롯한 후대 주임신부의 헌신과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이어받은 열심한 신자들 노력을 통해 교구 성장의 중추 역할을 했다. 병인박해 때 순교한 삼촌들 영향을 받아 훗날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교구 설정에 큰 공헌을 했던 서상돈 선생을 비롯해 한윤화, 김종학 등 선배 평신도들이 본당 발전을 위해 기울인 자발적인 노력은 후배 신자들에게 오랫동안 귀감이 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윤희정기자님의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