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고독사
이미지와 고독사
  • 등록일 2017.12.07 20:29
  • 게재일 2017.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배우 이미지가 세상을 버렸다. 만 58세의 그녀는 혼자 지내던 오피스텔에서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소식이 닿지 않은 남동생이 방문한 역삼동 오피스텔에서는 악취가 등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서울의 달`과 `전원일기`, `파랑새는 있다`, `태양인 이제마`, `거상 김만덕` 등의 드라마에서 조연(助演)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던 이미지.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은 쓸쓸하기 그지없는 오롯 혼자만의 황망(慌忙)한 길이었다.

`고독사(孤獨死)`는 문자 그대로 삶의 끄트머리에서 홀로인 상태에서 맞는 죽음을 의미한다. 고독사가 발생하는 1차적인 원인은 1인가구 증가에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구비율은 32.3%, 1인가구는 27.2%에 달한다. 부부가구가 15.5%,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구는 10.8%다. 전체가구의 4분의 1 이상이 1인가구란 얘기다. 2025년도에는 1인가구의 비중이 31.9%로 다른 가구형태를 압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2006년 1인가구의 비중 14.4%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고독사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趨勢)다. 2011년 고독사 인구가 693명이었으나, 작년에는 1천232명으로 집계되었다. 문제는 통계의 허상(虛像)이다. 1억2천700만 인구의 일본에서 해마다 보고되는 고독사(무연사(無緣死)) 수치는 3만2천을 넘는다. 한국의 인구가 5천만이므로 산술 계산으로 어림잡아도 해마다 1만명 이상이 고독사로 세상과 작별한다고 봐야 한다.

사회안전망이 일본보다 낫지 않은 우리 처지에서 일본의 상황은 타산지석이다. 거품경제의 붕괴와 잃어버린 20년 동안 부패하고 무능한 자민당 정권의 무분별한 토건과 건설경기 의존이 야기한 일본경제의 퇴락은 대량의 실직자를 낳는다. 여기에 이혼율 급증, 비혼(非婚) 풍조와 개인주의 확산 등이 일본의 고독사를 늘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4대강사업과 자원외교, 방위산업 등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예산이 떠오르지 않는가. 거기에 부패, 무능, 타락, 패거리주의로 무장한 최고 권력자와 권력집단, 특정정파의 검은 손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았던가. 오늘날 우리가 적폐라고 부르는 부패와 부조리와 타락의 양상 가운데 하나인 `국정원 특별활동비`가 날마다 전파를 타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사회안전망 확보에 소용되는 예산을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40, 50대 1인가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고독사의 급증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사회는 물론이려니와 가정에서도 소외되고 떨려나오는 중장년 남성들의 우울한 행렬이 눈에 밟히고 또 밟힌다. 경제적 무능력과 사회적 고립을 견뎌내지 못하고 알코올과 담배에 의지하면서 하루하루 버티다가 끝내 맞이하는 완벽한 고독 속의 죽음이라니. 이런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아니 완전히 병든 사회라고 할밖에 없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청년실업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소규모 창업자들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나라 대한민국.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청년세대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난하고 훈계하는 얼빠진 기성세대가 권력을 주무르는 나라. 가문과 지역과 정파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민족과 대의명분을 들먹이면서 무조건적인 희생과 인내를 강요하는 후안무치한 정치세력이 지역을 볼모로 잡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

중견배우 이미지의 고독한 죽음이 불러오는 언짢은 연쇄반응이 장마철 먹구름처럼 우리를 감싼다. 시대의 애환을 전했던 유명배우의 격절(隔絶)하고 신산(辛酸)했을 마지막을 떠올리면서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우리의 어린것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조용히 반추하는 한겨울 아침이 소리도 없이 지나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