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18대 대통령선거는 전례에 없는 선거전 양상으로 국민의 정부선택권에 많은 혼란과 굴곡을 겪었다. 강력한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나와 제1야당 대통령 후보와 1대1의 단일화 경쟁을 최종 후보등록일 직전까지 벌였는가하면 제3후보는 투표일 이틀 앞두고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사퇴함으로써 후보간의 정책보다 야권단일화에 초점이 맞추어진 선거로 시종했다. 후보 확정이 늦어짐에 따라 정책공약집 발간이 투표일이 임박해서야 배포되고, 후보간 TV토론 또한 겨우 3차례만 진행되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선거는 `묻지마 투표`가 되고만 셈이다. 물론 찔끔 찔끔 분야별 개별 공약을 발표했지만 유권자들의 체계적 검증과 국정 전반의 정책을 알기에는 매우 부족했다. 오늘 개표 결과 발표될 대통령 당선자는 자질과 정책에 대한 국민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않은 상태에서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향후 5년간 국정을 맡게 될 대통령당선자는 취임전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을 통해 발간된 공약집에 기재된 정책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비현실적인 것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과정에서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던 안보·외교 분야의 정책과 일자리 창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제분야의 성장정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고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선거과정의 미진함이 향후 국정운영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방향을 잡자면 국내외 상황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선과정에서는 국민의 표심잡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복지다, 경제민주화다 해서 서민과 중소상공인들에게 듣기좋은 얘기들만 늘어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정책의지만으로는 되기 어려운 일이다. 우선 국내 경제의 부를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성장이 전제되지 않고는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 수 없고,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복지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 당선자는 가계부채가 국가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준에 이른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1997년의 모라토리움 사태에서 겪은 교훈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지금 미국발 금융 위기가 유럽까지 확산되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국가들이 겪고 있는 경제난과 아직 침체국면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서민들과 중소상공인들을 경제위기에서 탈출시키고 이들을 중산층으로 자리잡게 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세계적 경제위기에 함몰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대선 기간에 북한이 핵무기탑재 미사일 개발용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금명간 핵실험 가능성도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북한에 의한 안보위험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의 미사일 기술은 북한보다 6~10년 뒤지고, 핵무기개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수준이다. 당분간 안보외교를 통해 이 문제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변국 중 일본은 국내선거를 통해 국수적 제국주의로 회귀하고 있어 우리와의 마찰이 더 격화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중국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패권주의적 행태는 물론 북한을 비호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도 한일간의 갈등과 한중간의 이해상충으로 미묘한 입장의 굴곡이 생겨나고, 국내 반미주의자들의 과격한 행동은 한미외교의 결림돌이 되고 있다. 러시아도 이번 3차례의 나로호 발사실패에서 보듯 우리와의 협력이 쉽지 않다. 우리의 안보외교가 열어야 할 길은 매우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것은 우리의 통일문제와도 맞닿아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내우외환 앞에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과 함께 난국을 풀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기수임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한다.